피플닷컴 - 구타라기 켄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는 발매 2년 만에 3800만대가 팔리며 MS의 X박스와 닌텐도의 게임큐브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다.

 정교한 그래픽 및 사운드 처리 능력, 고속 프로세서를 갖춘 PS2는 인터넷 접속 기능과 DVD 플레이어 기능까지 겸비했다. 이는 PS2가 디지털 가전제품의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홈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소니의 미래 전략에 가장 핵심적인 기기임을 뜻하는 것이다.

 현재 소니의 최고 효자상품이며 미래 전략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PS2지만 그 탄생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탄생의 뒤엔 상상력 넘치고 고집스러운 한 엔지니어의 집념이 있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구타라기 겐 사장(52)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소니에 입사했다. 능력 있는 엔지니어로 인정받던 그는 소니가 처음 8비트 게임기를 내놓으면서 게임기에 빠져들었다. 그는 회사의 허가를 얻어 닌텐도와 차세대 게임기를 공동 연구했으나 닌텐도가 1991년 소니와의 제휴를 파기하면서 그때까지의 연구가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때 구타라기 사장은 일생일대의 모험을 걸었다. 게임사업에 회의적인 경영진을 설득, 직접 게임기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소니 내부에서도 그가 꿈꾸는 고성능 그래픽 및 사운드 처리 능력을 갖춘 게임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1994년 플레이스테이션을 내놓았고, 세계적으로 7500만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1999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2000년 4년여간 준비한 PS2를 출시, 다시 한번 세계를 열광시켰다.

 구타라기 사장은 솔직하고 정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본에선 보기 드문 경영자다. 상상력과 뚝심으로 미래를 한걸음 가까이 부른 그가 다음엔 무엇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PS3가 벌써 기대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