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축구 보는 날’
한국과 미국의 월드컵 경기가 펼쳐지는 10일은 전 IT업계가 잠시 일손을 놓는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직장인들이 무더기 월차·병가를 내거나 외근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자 IT업계는 이날 업무시간에 축구 시청을 전면 허용하는 일부업체에서는 아예 축구 보는 날로 정하는 휴무를 실시한다.
IT업계는 억지로 근무를 시키기보다는 직원들의 한국 16강 진출에 대한 열망, 한미전이 갖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경기를 시청토록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초 일과시간 중 경기 시청에 부정적이던 대기업들도 전면 시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경남 창원공단 내 LG전자 1·2공장은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3시 30분부터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사내 대강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6000여명의 근로자들이 TV를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키로 했다.
삼성은 10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의 구조조정본부 임직원들의 TV 시청을 허용키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라인 등을 제외하고 미국전을 시청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미국전이 열리는 2시간 동안 생산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TV 시청을 허용키로 했다.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는 에어컨·세탁기·TV 등 10개의 전 사업장에서 공장장 책임 하에 이날 경기시간에 조업을 중단키로 결정했으며, 조업이 중단된 시간은 특근이나 잔업형태로 대체할 방침이다. 삼성테크윈 창원공장은 직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휴무를 고려 중이다.
현대자동차·SK·삼성SDI 등은 일단 정상조업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근로자들의 축구 관람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잔업 등으로 부족한 근무시간을 메우기로 하고 경기 시청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SK글로벌·효성·코오롱 등은 회의실에 설치돼 있는 대형 TV와 각 사무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직원들이 함께 경기를 관람하면서 응원할 계획이며 한국무역협회도 회의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직원들이 공동으로 시청할 예정이다.
공식후원사를 비롯한 일부 업체에서는 ‘반공휴일’이나 ‘임시휴일’로 지정하기도 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포털사이트 업체 야후코리아는 10일 오전에 근무를 마치고 160명 전 직원이 인근 맥주집에 대형 TV를 설치하고 단체응원을 한다. 라이코스코리아도 미국전이 열리는 10일 오전에 근무를 마무리하고 회사 대형강당에 전 직원이 모여 축구경기를 관람한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한국알카텔과 레저스포츠 전문업체 넥스프리, 온라인 채용정보업체 G2잡 역시 10일에는 오전에 근무를 마친다.
한편에서는 지나친 월드컵 열기가 기업 내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각 부서별로 눈치껏 축구경기를 보는 것까지 막기 힘들겠지만 회사 차원의 지시가 없는 이상 모든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자국이 월드컵 결승전에 오를 경우 축구 시청으로 인한 경제손실액이 GNP 0.3%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계는 미국전을 승리로 이끌 경우 직원들의 전반적인 사기진작이 일시적인 업무중단에 따른 손실을 커버하고도 남을 것으로 판단하고 미국전 관람을 적극 지원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