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을 방송프로그램의 수출로 이어가자.’
13일까지 6일간의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상하이TV페스티벌’에 KBS 등 지상파TV 4사와 대교방송·m.net·아리랑TV·CTN·Q채널 등 케이블TV PP, 독립제작사 및 배급 프로덕션업체 6개사 등이 처음 참가했다.
이는 세계 최고의 미디어시장을 향한 국내 방송사들의 발걸음이 한류열풍과 함께 시작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동안 국내업체들은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고 이 작은 움직임이 중국내 한류열풍을 만들어냈다.
특히 올해 9번째를 맞는 ‘상하이TV페스티벌’은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처음 열림으로써 시장개방에 따른 중국 영상물시장의 변모된 환경 및 국내 방송산업의 진출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상하이TV페스티벌에 참여한 국내 방송관계자들은 국내 방송프로그램의 중국 시장 접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낙관할 수 없는 중국 방송시장=지난 97년 이후 비공식적인 접목을 통해 한류열풍이 일었지만 그 실제 내용은 외양과 달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류열풍을 불러온 국내 방송프로그램의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냉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최근 보고서는 중국의 방송산업은 지대한 관심을 가질 만한 시장임에는 틀림없지만 산업적으로 접근할 때 맹목적인 시장 낭만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진흥원은 한국에서 수출한 방송프로그램 대부분이 주로 지역방송이나 유선방송을 통해 방영됐으며 중심지역의 거대방송사에 방영된 예는 드물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구의 성격이 강한 중국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을 돈을 주고 사려는 경향이 적어 생각한 만큼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수출까지 감소추세다.
게다가 한국에서 수출한 방송프로그램의 수용자층은 사회적 지위가 다소 낮은 사람들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진흥원측은 최근 중국언론들이 중국에 들어온 한국드라마가 대부분 몇몇 스타에만 의존하는 러브스토리 일색이고, 드라마의 줄거리와 전개방식이 일본드라마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미디어시장=그러나 국내 방송사 관계자들은 중국 방송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지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의 모든 방송채널은 국가가 관장하고 있지만 그 시장수요는 최고기 때문이다.
중국내 채널수는 2500여개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가구마다 50∼60개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은 지상파,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방송매체에 따른 구분이 없고 채널 구분을 방송구역에 따라 전국채널, 성(省)채널, 시(市)채널, 지역채널로 구분되며 성(省)을 넘어가는 채널은 위성방송을 이용해 방송된다.
전국채널은 약 13개며 성채널은 약 40개, 시채널은 약 300개에 달하고 있다. 시채널과 비슷한 케이블채널이 약 700개로 분류되고 있다.
방송시장의 인프라인 TV 보유가구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중국국민의 97%가 TV를 보유하고 있으며 VCR 보급률도 도시지역의 경우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중국인의 생활패턴은 소비와 오락중심이다.
주목을 끌고 있는 사실은 중국인의 시청행태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 주민은 최근들어 TV 시청이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경제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는 동부지역은 레저활동에 따라 TV 시청 감소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영국 TNS미디어와 중국 CVSC가 합작한 시청률 조사업체 CSM소프레스미디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동부의 신흥도시 상하이의 시청자들은 경제적 여유로 특성화된 채널과 성 단위의 지역채널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징의 경우 성 단위의 지역채널과 전국채널이 각광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동부지역의 경우 지상파와 케이블TV 채널의 동시 공략이, 북부지역은 대중성 있는 지상파 방송프로그램과 가정친화적인 프로그램 접목을 시사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