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C업계 대대적 재고떨이 예고

 미국의 PC유통 재고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주요 PC업체들이 조만간 대대적인 재고떨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C넷은 지난 4월 PC 판매실적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PC업체들이 즉석 리베이트와 번들판매 등 대대적인 판촉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NPD테크월드에 따르면 대형 PC유통점의 지난 4월 재고분은 컴팩 모델의 경우 10주분, 휴렛패커드(HP) 모델의 경우 7주분까지 올라갔다. 또 소니의 재고도 지난해 동기대비 0.5주 늘어난 5주로 조사됐다. NPD테크월드는 3주분이 PC업체의 가장 이상적인 재고물량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PC제조업체들은 PC구매 고객에게 모니터와 프린터를 끼워주는 등의 새로운 리베이트 판매와 할인판매 등 실제 행동에 들어갔다. 일례로 HP의 경우 2주전 데스크톱 모델의 가격을 100달러 인하했으며 소니 등은 50달러 안팎의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인 ARS의 애널리스트인 토니 듀보이스는 가격인하와 리베이트가 수요를 자극하기 어렵기 때문에 PC업체들은 즉석 리베이트와 같은 보다 공격적인 수단을 취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석 리베이트는 소비자가 PC를 구매하는 자리에서 바로 50∼100달러 정도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지난 2001년 휴가시즌 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와 관련, HP의 사장인 마이클 카펠라스는 지난주 보스턴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미팅에서 HP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모종의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HP가 소비자 부문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판매를 거두고 있다”며 “판매를 촉진하고 재고를 줄이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즉석 리베이트와 같은 극단적인 판촉행사도 구매를 자극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NPD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베이커는 “휴가중인 사람들이 구매를 고려하도록 유도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도 PC 판매실적이 상승세를 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PC 제조업체들이 가전업체들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이 컴퓨터를 소유하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모델을 자주 바꿔서는 안된다”며 “누가 TV를 3년마다 바꾸겠냐”고 반문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