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급 초고기록밀도 자기 정보저장기술>
김영근
ykim97@korea.ac.kr
85년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졸업
87년 서울대학교 금속공학 석사
93년 미국 MIT 재료공학 박사
93∼97년 미 퀀텀사 프로젝트 리더
97∼2000년 삼성전기주식회사 수석연구원
현재 고려대학교 재료공학부 신소재공학과 부교수
<테라급 초고기록밀도 자기 정보저장기술>
1. 미래 정보사회와 정보저장산업
21세기 들어 정보화, 지식화가 점차 심화됨에 따라 개인이 저장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개인용 저장장치의 개발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오디오, 비디오와 같은 대용량의 정보를 다운로드 할 수 있는 핸드헬드 컴퓨터와 같은 정보기기의 보급도 급증할 전망이어서 초소형 대용량 저장장치는 조만간 휴대형 디지털기기(mobile device)에는 필수적인 제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향후 10년 내에 나노미터 크기의 비트에 정보를 반복적으로 기록 재생하여 Tb/제곱인치 또는 단위소자당 1Tb급의 정보저장용량과 수십 Gb/s급 이상의 속도를 갖는 정보저장장치와 부품기술의 대두가 예상된다. 저장장치는 유무선 정보통신 분야, 정보기기 분야 등 컴퓨터·단말기에 사용되는 비휘발성(non-volatility) 기억장치로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방식 또는 새로운 원리나 여러 방식의 장점을 융합한(hybrid) 방식으로 디지털 정보를 반복적으로 기록 재생하는 장치라 정의할 수 있다.
시장규모에 있어서도 세계 정보저장장치 산업은 99년에 470억달러 정도의 거대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였으며, 이러한 규모는 반도체 메모리인 D램/S램의 시장규모인 240억달러과 비교하면 약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림1 참조
특히 주목할 점은 향후 정보저장장치의 응용분야가 기존의 PC 위주에서 Non-PC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능형 휴대기기(smart handheld device) 시장은 2001년에는 85억달러, 2003년에는 1904억달러로 연간 30% 이상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러한 장치에 사용될 휴대형 정보저장장치에 대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자기기록기술에 바탕을 둔 정보저장장치의 대표격인 HDD는 높은 기록밀도, 높은 데이터 전송속도, 빠른 접근시간(access time) 및 낮은 가격 등과 같은 정보저장 성능지표의 구현이 가능한 장치로서 헤드, 디스크, 시스템인터페이스 등 여러가지 요소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개발된다. 해외 선도기업에서는 헤드, 디스크 제조부문과 HDD 제조부문간 수직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가 진행되는 추세며 헤드 전문제조사와 디스크 전문제조사간 협력개발체제를 구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본고에서는 100Gb/제곱인치에서 1Tb/제곱인치까지의 초고기록밀도의 구현이 가능한 HDD 위주의 자기기록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핵심요소기술의 현황과 전망에 관해 중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2. 자기기록의 원리와 기술의 발전
자기기록에 의한 정보저장은 기본적으로 그림 2와 같이 테이프 또는 디스크 형태의 자기매체와 자기헤드를 이용한다. 기록시 전자석의 갭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매체에 기록하게 되며(흘려주는 전류의 방향에 따라 자화방향이 결정), 재생은 고감도의 거대자기저항(GMR:giant magnetoresistive) 센서를 사용하여 매체에서 발생하는 누설 자기장을 감지, 전기신호로 전환한다. 현재 HDD에 쓰이고 있는 헤드와 디스크의 경우는 기록밀도의 증가와 소형화에 따라 모두 박막공정을 이용하여 제작되고 있다. 통상 HDD에서 기록밀도는 제곱인치당 저장할 수 있는 비트의 수(bits/제곱인치)를 말하는데 이는 단위인치당 비트수(BPI)와 트랙수(TPI)의 곱으로 표현된다. 기록밀도의 증가는 단위정보를 저장하는 자기비트 크기의 감소를 의미하는데 이는 헤드를 위시한 모든 재료부품의 크기가 이에 상응하여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GMR 재료는 기존의 헤드재료보다 수배 높은 MR비를 가지므로 출력전압을 더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로서 HDD의 기록밀도는 예측을 10년 가까이 단축하였고, 기록밀도는 연평균 100%의 획기적인 신장률을 가져왔다. 최근 수년간 반도체 D램보다 2배 이상으로 급격하게 연평균 기록밀도의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헤드, 디스크 등과 같은 핵심 재료부품기술 발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01년 8월, 일본 후지쓰사는 106Gb/제곱인치(=750kBPI×142kTPI)의 실험실 기술검증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으며, 이 경우 비트폭은 34㎚, 트랙폭은 179㎚ 정도다. 2002년 4월 미국 리드라이트(Read-Rite)사는 120Gb/제곱인치 기술을 IEEE 국제자기학회를 통해 발표하였다. 실험실 검증과 제품 양산화는 2∼3년 정도의 격차가 있다. 100Gb/제곱인치 이상의 기록밀도 구현은 과거 자기기록의 한계점이라 거론되었던 사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기술적인, 심리적인 이정표라는 데 그 의의가 크다. 현재 더 나아가 1Tb/제곱인치급 초고기록밀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을 정도다.
3. 초고기록밀도를 향한 자기 헤드 및 매체 기술의 전개방향
미국과 일본 등지의 기업 및 학계에서는 여러가지 구조의 GMR 재료 중 재생센서 응용이 가능한 스핀밸브(SV:spin-valve) 재료계에서 6∼15%의 MR비를 보이는 고진공 스퍼터링 증착기술을 개발하였다. 이후 90년 말부터 현재까지 센서의 안정성(소자 크기 감소에 따른)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합성형 반강자성체 기반의 SV가 개발되어 이미 헤드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스핀의 산란을 방지하는 경면효과(specularity)를 증대하여 MR비를 높일 수 있도록 나노산화층을 자성층에 삽입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밖에도 기존의 면수평 방식으로 흘려주던 전류를 면수직하게 주입하여 바이어스 제어 및 감도의 증가를 모색하는 기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록헤드는 고밀도화에 따른 매체 보자력 증가에 상응하도록 포화자속밀도가 2tesla 이상의 폴 재료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자성재료로 2.5 tesla 이상을 얻기는 불가능하므로 레이저와 같은 광원을 이용하여 기록시 매체의 보자력을 낮추는 열보조 자기기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밖에 1㎓급의 높은 주파수 특성을 만족할 수 있도록 자극(yoke) 크기는 계속 감소하는 방향으로 고안되고 있다.
매체 측면에서 기록밀도의 증가는 코발트(Co) 합금박막의 결정립 크기 감소에 의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각각의 비트는 수백여개의 결정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록밀도 증가에 따른 SNR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비트내의 일정한 수의 결정립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록밀도 증가를 위해서는 결정립 크기의 감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작아진 비트 내의 일정한 결정립을 포함시키기 위하여 결정립 크기를 감소시키면 재료가 강자성을 잃게 되는 초상자성(superparamagnetism) 거동을 보이는 결정립 크기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초상자성 거동 발현을 지연시키기 위한 해결책의 일환은 단일 자기도메인(single domain) 자기비트를 구현하는 것이다. 단일 자기도메인이 매체 내에 존재한다면 입상자기기록매체의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다. 이를 구현하려면 결정립 크기를 균질화해야 하며 박막구조를 안정화시키고, 또한 자기이방성에너지가 큰 재료를 개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자기기록 방식의 변화가 대두되고 있다. 현재 방식은 지난 40여년간 지속적으로 진보를 이룬 수평자기기록 방식이다. 즉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자기비트들의 자화방향이 기록매체인 디스크 면에 수평하게 배열해 있고, 비트와 비트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소 누설자기장을 헤드가 감지하여 정보의 상태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수평기록에 의한 매체의 열적 요동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75년 일본 이와사키 등에 의해 그 개념이 주창된 수직자기기록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직기록 방식에서는 매체의 자화방향을 면에 수직으로 배열하여 자성층의 두께를 줄이지 않으면서 기록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방법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접 비트에 의한 자기적 영향이 서로 대항하지 않고 서로 안정하도록 자기장을 발생시켜 고밀도화에 적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밖에도 종합적으로 그림3에 HDD 핵심 요소기술의 연도별 주요 전개방향을 로드맵으로 정리하였다.
4. 국내외 연구개발 동향
자기기록 방식의 정보저장장치인 HDD는 미국(IBM, 시게이트, 맥스터/퀀텀), 일본(도시바, 후지쯔, 히타치) 및 한국(삼성전자)이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의 저조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후발주자로서 안고 있는 시스템 노하우의 부족으로 경쟁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최근 연구개발에 중점 투자한 결과 선진사와 동급의 HDD를 동시 출시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IBM에서 99년에 콤팩트플래시Ⅱ와 호환성을 유지하는 170MB/340MB/1Gb 용량의 마이크로드라이브가 출하되었고, 미국내 10여개의 벤처회사가 연구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의 경우 자기기록기술에 필요한 차세대 GMR 헤드, 저잡음 매체, 에러 수정 알고리듬, 저비행 슬라이더, PZT/MEMS 마이크로 액추에이터, 고속 DSP 및 드라이버 칩, 소형 정밀 기구설계 등의 기술에 대한 국가차원의 선행연구와 기술개발이 제품 생산을 리드하고 있으며, 90년 초반부터 기업체, 대학교, 정부출연연구소, 정부가 대형 컨소시엄을 형성, 세계 저장기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자기기록 정보저장기술과 관련해 미국은 NSIC, 일본은 ASET/SRC 등 30∼40여 기관이 참여하는 정부주도의 대형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매년 수백만달러의 연구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정보저장 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보통신부 선도기반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은 휴대형 초소형 자기기록 정보저장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의 스토리지 랩은 GMR 헤드를 이용한 수직기록방식을 개발하여 최근 세계적 수준의 선기록밀도(750kBPI)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대용량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올초 같은 정보통신부 국책연구 분야에 100Gb/제곱인치급 고밀도 광저장매체 및 초소형 픽업기술과 1Tb/제곱인치급 하이브리드 정보저장 기술분야가 선정되어 ETRI 정보저장소자팀 주관으로 상반기부터 연구가 개시될 예정이다. 그밖에 KIST· KAIST·고려대에서는 자기기록 헤드/매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세대· 한양대 등에서 정보저장기기 관련 고정밀 기구 및 서보 연구가 시작되었다. 미래기술로 탐침을 이용한 열기계식장치인 어레이형 SPM 스토리지 및 광감응매체를 이용한 3차원 저장기술인 홀로그래피 스토리지 방식의 정보저장장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 이론 정립단계로 성능을 검증하기까지는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5. 맺음말
자기기록방식의 대표적인 저장장치인 HDD는 비약적인 기록밀도의 증가에 힘입어 PC로부터 대용량 고속화가 필요한 서버 용 저장장치에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PVR(Personal Video Recorder), 게임기기와 같은 AV 정보가전 분야 및 초소형 휴대형 저장장치 분야에 응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IBM·할로(Halo)사는 1인치 디스크를 사용한 1Gb급 마이크로 드라이브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 해외는 개별국가별로 연구개발 및 기술의 비공개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높은 기술장벽과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현 기록방식의 한계와 초고기록밀도 구현을 위한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 분위기에서 향후 막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저장 분야에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부주도의 대형 국책연구과제의 발굴과 착수는 선진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적기다. 후발주자의 이점을 십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해외 컨소시엄의 예에서 보듯 관·산·학·연이 똘똘 뭉쳐 힘을 모으고 기초과학 및 재료, 전기, 기계공학 등 다학제간 연구를 추진하여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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