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판시장 선발업체 위주 재편 가속

 주기판시장이 3, 4개 선발업체 중심의 과점체제로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피컴이 선두업체 중 하나인 엠에스디와 합병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동안 소규모로 외산 제품을 국내에 공급해온 중소유통상들도 사실상 제품 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기판시장이 유니텍전자·엠에스디·슈마일렉트론·제이씨현시스템 등의 선두업체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또 코스닥등록 기업인 시그마컴이 최근 주기판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시장조사를 마치고 대만 주기판 제조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품 공급이 본격화되는 6월말 이후에는 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올초부터 가격하락과 판매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중소 수입유통업체들이 수입 물량을 크게 축소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업체간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으며 지피컴과 엠에스디의 합병은 이런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양사는 주기판 판매가 부진을 보이기 시작한 올초부터 AS망을 서서히 통합하는 등 연계작업을 진행, 이번 합병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양사는 아직 합병시기와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이달말부터는 영업조직까지 일원화,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엠에스디는 기존 ECS사의 저가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군과 ABIT사의 고급제품에 더불어 지피컴이 유통해온 대만 셔틀사의 주기판과 베어본PC 등도 함께 공급하게 돼 주기판 업체 중 가장 많은 제품군을 확보한 회사가 된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시그마컴의 주기판시장 진출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그마컴은 그동안 그래픽카드를 생산, 삼성전자 등 PC제조업체에 대량으로 공급해온 업체로 최근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주기판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제이씨현시스템에서 수입, 유통하고 있는 대만의 유력 주기판업체인 기가바이트사의 제품을 수입해 유통할 계획으로 향후 제이씨현과의 치열한 신경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PC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OEM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시그마컴이 주기판 유통을 개시하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반 유통시장보다는 OEM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그동안 현주컴퓨터 등에 주기판을 공급해온 제이씨현시스템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그마컴은 주기판시장 진출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나 아직 대만업체와의 계약이 확정되지 않아 주기판 판매계획 등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제이씨현시스템은 시그마컴의 주기판시장 진출이 확인되자 최근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이씨현의 관계자는 “시그마컴이 주기판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아직 기가바이트와의 협상이 계약 성사로 이어질 만큼 구체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제이씨현시스템이 기가바이트 제품 판매를 통해 상당한 실적을 기록해온 만큼 판매부진 등의 별다른 사유없이 다른 수입사를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