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를 신청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에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우리의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는 자긍심에 하루 하루가 즐겁습니다.”
월드컵 스타디움미디어센터(SMC)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승연씨(24·MPR비전 근무). 이씨가 맡은 일은 월드컵 경기를 세계로 전송하는 SMC 내 TV·라디오 방송송출 업무를 지원하는 것. 20여명의 자원봉사와 함께 외신 기자석 세팅, 모니터 튜닝, 기사 및 영상전송시스템 점검, 취재진 좌석 배치 및 정리작업 등 허드렛일부터 전송지원 업무까지 도맡았다.
이씨는 대학교 4학년이던 지난해 민간인으로서 월드컵대회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월드컵조직위원회(KOWOC) 자원봉사자 모집에 지원했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홍보대행사를 다니고 있던 그로서는 SMC 근무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회사의 배려 덕에 시작했지만 자원봉사 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월드컵 개막전의 흥분과 떨림이 아직 가시지 않는다는 그는 당일 방송해설자석에서 지원업무를 맡았다. 검표에서 좌석 안내, 보도자료 배포, 방송장비 점검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준비작업을 마치고 본 개막식.
“그저 대단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막식 행사는 관중을 압도하는 웅장함과 고동치는 북소리에 심장이 멎을 듯했고 IMT2000 시연, 전통미와 현대미의 결합에 감탄하는 외국 기자들을 보면서 IT 강국의 자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접해본 내외신 기자들의 숨가쁜 움직임이 가히 전쟁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고 회고하는 그는 개막전을 위해 준비한 다양한 방송·인터넷 장비가 제대로 움직여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정말 모든 일이 숨가쁘게 정신없었지만 방송은 착오없이 순서대로 진행됐고 우리의 자랑스런 모습이 전세계로 전파를 타고 프랑스대 세네갈전까지 모두 안전하게 송출된 다음에야 6500여명 기자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외신기자들은 기자석을 함께 지킨 20명의 자원봉사자에게 이것 저것 묻기도 하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개막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고마웠다는 말을 덧붙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루 종일 10시간이 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그 순간 내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가슴 벅찬 행복을 맛봤다”는 그는 “평생 지우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