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이번 이동통신과 국제전화사업 협력 합의는 통신 당국자의 첫 만남 치고는 상당한 성과를 얻어낸 것으로 풀이됐다. 물론 남북간의 통신교류가 간단하지 않은 데다 키를 쥔 미국의 입장에 따라 난항도 예상되나 일단 남북한이 ‘전인미답의 거보’를 한발 떼었다는 점에서 향후 통신은 물론 남북 경협 전반에 청신호를 던져줬다.
◇통신회담의 의미=남북한은 이번에 CDMA 도입과 국제전화 고도화에 공동 협력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은 ‘원칙적인’ 합의일 뿐이다. 사안이 간단하지 않은 만큼 향후 실무회의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한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방북단장인 변재일 정보통신부 기획관리실장은 “통신은 개방된 국가들과 협의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 북한과의 협의는 인내력을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합의 자체보다는 북한의 능동적인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방북단 관계자들은 북한이 이번에 한국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건설적인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더욱이 이번에 남북한은 이동전화 방식으로는 첨단인 cdma2000 1x의 협력을 논의했다. 북한이 첨단 통신인프라에 높은 관심을 내비치면서 향후 이동전화 방식을 결정할 때 GSM보다는 CDMA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또 국제전화사업 협력에선 북한의 개방 의지가 엿보인다. 서비스 지역을 평양과 남포 일원으로 잡은 것도 이 지역에 대한 진출에 관심이 높은 한국 전자통신기업들에 대북 진출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도 기대됐다.
◇현실적인 과제들=남북이 통신 공동사업을 시작하려면 남한의 투자가 보장되고 기술수출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남북한은 통신분야 투자보장에 대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초기 투자부담이 적은 데다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인 만큼 투자보장이 당장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남북한이 적은 투자로도 이른 시일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국제전화 관문국 고도화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도 국내 기업의 투자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남북한이 첨단 이동전화기술인 cdma2000 1x 협력을 논의키로 하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태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퀄컴 등 자국내 기업의 제품과 기술이 사실상 적성국인 북한에 가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들은 “미국측과 사전에 어느 정도 협의한 사항이며 앞으로도 외교통상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미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구체적인 사업규모와 서비스 시기는 양측이 한달 이내에 갖기로 한 2차 회의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일단 양측이 첫 회담에도 불구, 긍정적인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큰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국제전화회선 증설과 시스템 현대화 사업은 이르면 하반기중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업체로선 투자규모가 작은 데다 향후 CDMA 투자에 대한 보험의 성격인 이 사업에 먼저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CDMA사업은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와 투자계획 수립 등에 적잖은 시일이 소요돼 시범서비스도 빨라야 내년중에나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방북단 관계자들은 “통일에 대비한 통신방식의 통일을 원하는 정부와 포화된 내수시장을 북한지역까지 넓혀가려는 민간업체, 통신현대화를 통해 정보기술(IT)시대에 대응하려는 북한당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말해 남북 통신협력이 앞으로 가속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