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예들이 선전하면서 세계 1위 프랑스 등 강팀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 이동전화단말기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가 고속성장시대를 마감하면서 이 분야의 신화적인 두 기업인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명암이 크게 갈리고 있다. 신예 삼성전자는 시장위축 속에서도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노키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수출물량이 작년동기보다 두 배로 늘어나면서 올해 판매목표를 3800만대로 상향조정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 1분기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6.2% 늘어난 950만대를 기록하며 이 분야 업체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총 판매량 2900만대로 세계 4위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보다 3.4%포인트 상승한 9.6%로 세계 3위로 등극했다. 2위 모토로라와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지난 7일(현지시각) 주가가 3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노키아는 지난 4월 2분기 이동전화단말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0% 늘어나고 전체 매출이 2∼7% 늘어나 부진을 털어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최근의 주가폭락은 투자자들이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키아는 지난해 이익이 대폭 감소한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도 출하량이 전년동기보다 6.2% 줄어든 3350만대에 그치는 부진을 계속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중 있을 노키아의 매출 전망발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키아의 부진과 삼성의 약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면서 대체수요를 급속히 잠식해나가고 있는 반면 고급에서 저가에까지 기종이 넓게 포진돼 있는 노키아는 대체수요를 흡수할 확실한 흡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은 CDMA 기종시장을 확실히 장악하면서 노키아의 아성인 GSM 기종시장을 침식해 들어가고 있는 반면, 노키아는 안방격인 GSM 기종을 잠식당하면서도 CDMA 기종시장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는 강호 노키아와 의기가 투합된 신예 삼성전자간의 월드매칭에도 월드컵 못지 않은 재미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