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업자의 정보시스템 아웃소싱 제도 도입은 ‘그룹 패밀리 관계’ 형태로 형성돼 있는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을 고착화시킨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융그룹과 더불어 국내 정보시스템 아웃소싱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LG텔레콤의 LGCNS로 정보시스템 업무이관이 ‘도미노’ 현상으로 작용해 이동통신 3개사 중 아웃소싱 체제로 전환하기 어려운 KTF가 SI 자회사를 만드는 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KTF의 결정이 대주주인 KT의 행보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KT그룹 산하 대형 SI사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같은 현상은 삼성SDS와 LGCNS처럼 30대 그룹 산하 기업들의 전문 SI기업들이 주도해온 국내 SI시장에 금융그룹의 전문 IT기업, 통신그룹의 전문 IT기업들이 또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며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을 주도하는 다크호스로 부각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웃소싱 경쟁력과 자회사 지원방책=이동통신사의 IT 아웃소싱 환경은 90년대 후반 들어 이미 형성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지난 98년 개인휴대통신(PCS)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당시 3개 사업자는 모두 본사 직속 인력은 100여명 내외로 한정시키고, 개발 및 운용에 필요한 200여명의 인력을 외부 사업자를 통해 처리해 왔다. 유선사업자인 데이콤도 신정보시스템(텔코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기획업무를 제외하고는 SQ테크놀로지(구 데이콤시스템테크놀로지)와 위탁계약을 체결, 오래 전에 IT업무를 이관해 놓은 상태다. 특히 PCS의 경우 최단시일내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이동통신사의 IT수준은 경쟁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통신사업자의 IT 아웃소싱이 갑작스럽게 부각되는 이유는 SI 관계사를 지원하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오히려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이동통신사업자 중 가장 먼저 아웃소싱 체제로 전환한 SK텔레콤의 경우 당시 한국IBM과 아웃소싱 서비스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다 막판에 SKC&C로 파트너를 바꾸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한텔레콤에서 상호를 변경, 본격적인 IT 전문기업으로 변신하려는 SKC&C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물량지원’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SKC&C의 대주주가 최태원 회장으로,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였다는 점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데이콤의 관계자는 “만일 합작사로 설립한 SQ테크놀로지가 없다면 데이콤의 IT업무도 LGCNS로 벌써 이관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LG텔레콤의 IT업무 이관은 우리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동부금융그룹 등 금융권의 통폐합과 지주회사 설립으로 인해 그룹사별 독자 IT 전문기업이 설립됨에 따라 LGCNS가 그룹에 ‘지원’ 요청을 했고, 이를 그룹이 수용했다는 것이다.
◇아웃소싱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국내 기업들이 택하고 있는 IT 아웃소싱의 긍정적인 요인은 아웃소싱 자체에 대한 효과에 기인한다기보다는 앞서 지적한 대로 외적 요인에 의해 추진된 경우가 많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SKC&C 관계자는 “집안식구라는 이유로 득 보는 것도 없고 철저한 계약에 의해 업무가 진행된다”고 말하지만 업무를 맡기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오너와의 관계나 그룹의 정책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에서는 갑을 관계는 이미 바뀌어 있다”는 불만을 토로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SI사들이 계열사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에서 벌어들인 안정적인 수익을 외부 사업의 ‘총알’로 사용하고 있어 국내 IT시장 전체를 왜곡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현재 기업들의 IT 아웃소싱 체제는 기획과 조정의 경우 본사가 맡고 나머지 시스템개발과 운용관리의 경우 SI 자회사가 맡는 형태의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정보기술원을 중심으로 한 100여명의 인력을 본사 직속 체제로 남겨두고 있으며, LG텔레콤은 현 80명의 인력 중 절반만 본사 인력으로 남기고 남은 40여명의 인력과 이미 제3의 기관으로부터 위탁개발 및 운용을 지원받고 있던 업무를 LGCNS로 모두 이관할 계획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