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컴퓨터 상가를 대표하는 선인상가 인수를 둘러싸고 빚어진 혼란이 리먼브러더스가 11일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공식 표명,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선인상가의 건물 2개(연면적 1만5500평)를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며 상가 임차인들과 상인들 사이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으나 리먼브러더스가 11일 오후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을 공식 발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초 19일로 예정된 선인산업임차인조합의 경락잔금 납부도 순조롭게 진행돼 임차인조합원들이 법적으로 선인상가의 주인이 될 수 있을 전망이며 조합원들도 개별 매장을 개인명으로 등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어떻게 진행됐나=선인상가의 임차인들은 지난 97년 11월 선인산업의 부도 이후, 입주상인 1000여명이 임차인조합을 구성해 기존 선인산업 주주들로부터 상가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부도 이후 컴퓨터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상가가 정상화되자 선인산업 주주들과 임차인조합간 이견이 생겨 주식인수가 지연되는 등 난항을 겪었으며 결국 지난해 7월 법원의 부동산경매를 통해 선인산업임차인조합이 상가를 낙찰받고 오는 19일 경락잔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선인상가에서는 리먼브러더스가 선인상가의 인수조건으로 오는 19일 이미 경매처리된 상가건물의 경락잔금 납부일까지 총 1400여억원의 부채를 탕감하고 기존 선인산업 주주들로부터 건물을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리먼브러더스의 선인상가 인수가 공론화되자 그동안 경매 낙찰을 받고 19일 경락잔금 납부를 기다리며 인수를 기대해온 선인산업임차인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입장선회=리먼브러더스는 당초 선인상가의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임차인들의 반발이 심하고 부채액수도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커 상가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리먼브러더스의 관계자는 “상가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임차인조합이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알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인수 불참과 함께 조합측이 미디어 광고를 통해 공식 사과를 표시하기로 이번 사태를 해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임대상인들의 시각=선인상가에서 실제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임대 상인들은 이번 선인상가 인수과정에서 빚어진 혼란과 관련, “상인들 입장에서는 건물주가 누가 되느냐보다는 향후 인수확정 후 적정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며 “임차인조합이 선인상가를 인수한 후에도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