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홈쇼핑업체의 경영권에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초기 대외적 인지도를 중시했던 데서 벗어나 사업능력을 갖추고 경영감각이 있는 대표이사가 서서히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는 홈쇼핑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진입하면서 후발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 노하우가 풍부한 대표가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관성을 확보하고 추진력 있게 홈쇼핑사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경영라인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인식확산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최근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주주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곳도 있어 후발 홈쇼핑업체의 경영 지도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농수산TV는 지난 4월 새로 선임된 백갑종 대표 체제로 경영권을 재정비하고 있다. 당초 이길재 회장과 김수혁 사장 등 현 경영진과의 갈등, 방송위의 신임 대표이사 반려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방송위가 백 대표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경영 체제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농수산TV 측은 세 대표가 아직도 공동 대표며 중요한 정책은 공동으로 결정한다고 전제했지만 대부분의 경영권은 백 대표가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경영과 관련해서는 ‘백갑종 대표 체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농수산TV는 새로운 체제가 정비되는 대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사업분야 역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농수산TV의 대주주인 하림 측이 선임한 백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경제기획원 사무관, 신원그룹 기획조정실 사장, 신원과 쌍방울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이병규 사장과 강태인 사장 동거 체제에서 강태인 사장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병규 사장은 현대홈쇼핑 사업권을 따는 데 주역을 담당했던 인물. 현대가 낳은 대표 경영인 가운데 한 명인 이 사장은 현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지난 99년부터 현대백화점과 홈쇼핑 대표를 두루 맡아 왔다.
반면 강태인 사장은 현대백화점 경인지역 본부장을 맡아 오다가 2000년 e현대가 설립되면서 온라인 유통에 첫 발을 내디뎠다. 강 사장은 e현대 대표직과 함께 현대홈쇼핑 경영에 부분적으로 관여해 왔는데 최근 굵직한 사안을 제외한 대부분은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 측은 백화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유통은 이병규 사장이 맡고 점점 회사 규모가 커지고 있는 홈쇼핑과 e현대 등 온라인 유통의 경영권을 단일화해 강태인 대표가 맡는 체제를 적극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업체 가운데 단일 경영 체제로 비교적 성공을 거둔 우리홈쇼핑 역시 현 조창화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경영권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여기에 조 대표를 위촉한 아이즈비전과 함께 공동 대주주인 경방 측도 차기 대표는 대외인지도보다는 경영을 중시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시사해 이미 경영권과 관련한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조 대표는 정통 언론인 출신으로 KBS 보도국장 등을 지냈으며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