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텔레콤을 전면에 내세워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은행 카드사업부문 인수 실사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내 사업인가를 못박고 전북은행을 포함, 소형 카드사들과 막후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평화은행과 동양카드 등 그동안 인수를 타진하다 실패한 선례와 비교할 때 뚜렷하게 달라진 변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이 사업인가권을 따내기 위해 정부측과 모종의 ‘딜’을 진행 중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으며,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SK텔레콤의 구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능성=소형 신용카드사 인수를 통한 신용카드업 진출 시도가 성공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SK그룹과 SK텔레콤의 안팎에 도사리고 있는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의 입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신용카드사업 신규 진입을 시도한 SK·롯데·현대백화점 등에 사실상 제동을 걸어왔다. 따라서 SK그룹을 특별대우할 이유가 없는 정부로서는 SK텔레콤의 사업인가권도 순순히 내줄 리 없다는 시각이다. 더욱이 SK텔레콤은 최근 KT 지분참여 과정에서 경영권 인수 의혹을 받으며 밉보인 상황.
SK텔레콤 측도 “실제 카드사업 진출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거나 또 다른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그룹이 대북 투자에 나설 경우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다른 장벽은 SK그룹 내부의 반대 여론.
실제로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카드사업은 상당수 경영진으로부터 만만치 않은 견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카드사 인수과정에 투입될 투자대비 실익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북은행 카드사업부문도 실제 고객이 5만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수자금은 700억∼800억원에 이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카드업 진출문제는 사실 막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심지어 SK텔레콤에서조차 무선인터넷사업부문 외에는 긍정적인 시선이 없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SK텔레콤이 여러 가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신용카드업 진출에 목을 매는 이유는 ‘금융유통’이라는 차기 수종사업 때문이다. 당장 오는 10월로 예정된 휴대폰 내장형 금융칩 발급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금융유통은 한마디로 모든 금융상품을 중개·판매하는 사업. 지금까지 생산자인 금융기관이 유통·판매까지 도맡아온 국내 금융 환경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금융지주회사 등 금융시장의 발전 추이를 볼 때 잠재력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금융유통업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SK텔레콤을 통해서는 신용카드 △브이뱅크컨설팅을 통해서는 은행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 중이다. SK텔레콤이 신용카드사업권을 가질 경우 다양한 금융상품을 휴대폰으로 중개·판매하는 사업모델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타카드사와 손잡지 않고도 휴대폰·칩카드 형태의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전북은행 등 카드사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그 부작용은 예상외로 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카드사가 집중적으로 견제에 나설 경우 당장 이동통신 제휴카드와 같은 주요 사업이 경쟁사인 KTF에 몰릴 공산이 커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직접 나서면 전카드사가 똘똘 뭉쳐 타사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금융권과의 적극적인 제휴가 불가피한 SK텔레콤의 금융유통사업은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당분간 카드사 인수과정부터 적잖은 안팎의 진통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