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가전 부품 자립도 높여야

 2002 한일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디지털TV, DVD 플레이어, 디지털셋톱박스 등 주요 디지털가전제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최고 70%에 달해 이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원천기술에 대한 기술료 부담이 제품가격의 10%를 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생산구조를 이른 시일안에 개선하지 못하면 디지털가전에서 더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부품수입이 우리의 무역수지 적자를 가중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장외에서 IT강국-코리아의 참 모습을 세계 60억명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개발한 첨단 IT기술과 이를 접목시킨 첨단제품을 앞세워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제적 실리를 얻어 한국 경제도약의 일대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디지털TV는 지난 5월에만 전달에 비해 60%가량 판매량이 늘어난 7만5000여대를 팔았다고 한다. 월드컵 특수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TV의 핵심부품인 칩셋과 렌즈, 디코더 등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도가 20%에 달해 남는 장사를 못했다는 것이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70%선에 달한다. 이 제품에 들어가는 레이저다이오드와 포토다이오드 등 핵심부품을 거의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캠코더는 8㎜제품 기준으로 전체부품의 60% 가량이 수입품이고 디지털카메라도 수입의존도가 55%에 달한다고 한다.

 더 염려스러운 점은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 등은 원천기술 및 국제표준이 취약해 업체에 따라 제품가의 10% 이상을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요 부품의 상당량을 외국에서 수입해다 쓰고 게다가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로 제품가의 10%가량을 지불하는 현재의 제품생산구조가 지속된다면 디지털가전업체들이 이익을 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 없이는 관련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품자립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더욱이 21세기 경쟁의 패러다임이 부품으로 바뀌는 추세다.

 물론 정부가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공통 핵심기술개발 과제로 매년 5개씩의 핵심부품을 선정해 국산화를 추진하고 원천기술 개발과 전략적인 국제 표준화 활동을 통해 로열티 부담을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수입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신뢰성이 확보된 국산부품에 대한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 아무리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있는 부품을 내놔도 수요기업이 국산부품의 채용을 기피하면 쓸모가 없다. 따라서 정부와 주요 대기업들은 신뢰성을 확보한 부품에 대해서는 일정물량을 구매토록 제도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부품업체들도 지속적인 품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다.

 디지털가전은 우리가 세계 2위의 수출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2010년경 세계시장의 20%에 달하는 250억달러어치를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그런 우리가 차세대 원천기술 및 핵심부품 국산화를 제대로 못해 부품의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한다면 이는 기업이나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산부품에 대한 내수 확대와 원천기술 개발, 표준화 등으로 디지털가전의 부품자립도를 높이고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