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만큼이나 숨가쁜 광고시장

16강으로 한발 더 다가섰던 10일, 미국과의 경기가 끝나자 TV에서는 갑자기 붉은 악마들이 가득한 스타디움에서 거대한 포루투갈 국기가 위로 올라갔다. 이어 포루투갈 국기를 밀치면서 붉은 악마들의 손에 의해 거대한 태극기가 서서히 올라간다. 그리고 커다란 광고 자막은 ‘다음은 포루투갈입니다!’가 등장한다. 한국의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광고가 등장한 것이다.

 월드컵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월드컵 관련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광고업계의 움직임도 더욱 부산해지고 있다. 월드컵 열기를 그대로 담기 위해서는 경기만큼이나 변수가 많은 갖가지 경우의 광고를 즉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각 상황에 대비해 모든 광고 시안을 준비, 이를 광고공사나 언론사에 준비해 두도록 했으나 예측할 수 없는 경기만큼이나 업체들의 치열한 광고전략도 숨막힌다.

 붉은 악마와 성조기, 포루투갈 국기를 이용한 광고를 만든 곳은 SK텔레콤(SKT)이다. SKT는 우리나라의 폴란드전 승리를 전제로 이 광고를 미리 제작해 두었다가 폴란드전 승리 직후 기존의 광고 대신에 이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를 제작했던 TBWA코리아 정민기 차장은 “생생한 월드컵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달하고 광고효과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이를 보는 소비자들은 물론 광고주들도 이 같은 깜짝쇼에 매우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광고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삼성카드도 이미 여러편의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경기장 모습을 편집해 만든 이 CF는 ‘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월드컵 시작 직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삼성카드는 미국과의 경기가 끝난 10일 저녁부터는 광고카피를 ‘히딩크 다시한번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로 변경했다. 다분히 미국전을 끝내고 앞둔 포루투갈전을 의식한 카피다.

 LG전자의 엑스캔버스 광고도 눈길을 끈다. 엑스캔버스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월콤은 한국팀이 미국전에서 이겼을 때, 미국전에서 이기고 폴란드와 포르투칼이 비겨서 16강 확정됐을 때, 미국전에서 지거나 비겼을 때 등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다. 10일 경기에서 미국전에 비겼기 때문에 ‘미국을 꺾었다’가 아닌 ‘한국축구의 명승부를 엑스캔버스로 느껴보라’는 카피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장나라를 내세운 KTF 광고도 최근 화제다. 월드컵 기간에 맞춰 내보내고 있는이 CF에서 장나라가 ‘황선홍 아저씨 한골만 더(음∼쪽)’ ‘유상철 아저씨’ ‘안정환 아저씨’를 부르며 뽀뽀를 보낸다. 마침 황선홍과 유상철이 폴란드 전에서 골을 넣자 광고 내용처럼 됐다며 제작진은 기뻐하고 있다.

 한편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들의 광고도 바빠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카드섹션 편과 불꽃놀이 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 역시 최진실을 내세운 두 편의 광고를 동시에 방송하며 월드컵의 열기를 끌어안으려 애쓰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