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삼성전자, 차세대 모니터용 LCD 표준 놓고 `대격돌`

 세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패널시장의 ‘지존’을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는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차세대 모니터용 LCD 표준을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모니터시장의 표준화를 이끌어내는 업체가 향후 세계 TFT LCD 패널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 향후 LG와 삼성간에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현재 LCD 모니터시장의 ‘사실상 표준’인 15인치 이후의 차세대 표준 경쟁에서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것은 삼성.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삼성은 15인치 제품 후속으로 17인치를 전면에 부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힘입어 현재 LG필립스를 제외한 하이디스·치메이·AUO 등 대부분의 LCD업체들이 17인치 제품을 주력모델로 육성, 새로운 시장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측은 “이미 17인치의 비중이 전체 LCD 생산량의 30%를 넘어섰다”며 “8월 말부터 부분적으로 가동하는 5세대 라인까지 동원, 17인치 바람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범용제품인 17인치 시장에서 삼성의 위세에 눌린 LG필립스는 금융기관 등 마니어급 파워유저들을 겨냥한 고급형 18.1인치 LCD로 시장표준을 노리고 있다. LG의 18.1인치 LCD는 현재 시장규모 면에서는 17인치 제품에 크게 못미치지만 빠른 응답속도와 고휘도, 대화면 등의 장점을 내세워 전문가시장을 파고들며 자리를 굳힌 상태다.

 LG필립스는 특히 최근 세계 최초로 5세대 라인 가동을 활용, 17인치와의 가격차를 줄여 궁극적으로 일반 사용자층까지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LG의 관계자는 “5세대 가동으로 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18.1인치도 15·17인치가 주도하는 일반 사용자층을 충분히 잠식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차세대 고급형 LCD 표준화의 주도권을 건 LG필립스와 삼성전자의 싸움은 19인치와 20인치의 대결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전문가시장에서 18.1인치에 밀린 삼성이 19인치를 새로운 표준으로 밀어붙일 움직임을 보이자 LG필립스가 이보다 한단계 위인 20.1인치로 맞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것.

 삼성은 현재 17인치로 모니터용 TFT LCD 시장에서 LG필립스의 강세를 꺾은 여세를 몰아 LG의 18.1인치를 겨냥, 새로운 19인치 표준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삼성은 5세대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램프업)되는 올 4분기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의 19인치 생산량은 월 6만∼7만개 선이다.

 LG측은 비록 범용시장은 17인치에 내줬지만 고급형 대형 모니터시장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는 이에 따라 삼성의 19인치 표준화 움직임을 겨냥, 18.1인치와 20.1인치를 통한 협공으로 맞설 방침이다. 더 나아가 삼성이 초강세인 17인치까지 라인업을 형성, 17인치 시장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주력모델에 따라 기판 크기와 라인 구성이 달라지는 LCD산업의 특성상 세계 TFT LCD 시장의 절대강자인 LG와 삼성의 표준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은 향후 5세대 이후의 설비투자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