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의 진가를 전세계에 떨쳤다.’
순수 토종 애니메이션인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가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행사인 ‘2002 안시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영예의 대상인 그랑프리상을 수상했다.
마리이야기는 국산 창작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서 그랑프리를 수상해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두 개의 큰 획을 그었다.
마리이야기의 이번 수상은 여러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먼저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려 놓았다. 그동안 외국에서는 한국의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제작력은 뛰어나지만 기획력은 초보수준’으로 평가해 왔다. 그도 그럴것이 무려 20여년 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업계는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작품을 OEM으로 제작해 왔다. 이는 외국 배급사들에게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은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낳게 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던 시나리오 및 기획력 부족 등에 대한 오명을 말끔히 씻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국에서의 흥행실패에 대해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보여줬다. 마리이야기는 지난 1월 국내 57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해 관객동원 11만명이라는 저조한 실적을 올렸다. 특히 상당수 극장들이 1주일을 채 넘기지 않고 영화를 내려 3년 가까이 작품제작에 혼신을 쏟았던 이성강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전문가들의 평처럼 결국 마리이야기는 빛을 발했다. 비록 어린이들이 즐기기에는 내용이 너무 무겁고 타깃층이 불분명하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풍경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파스텔톤의 그래픽은 국내외 어떤 작품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과시한 것은 결코 이번 상이 우연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마리이야기는 15일 재개봉된다. 영화의 제작사인 씨즈엔터테인먼트측은 영화상영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져 전격 재개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는다’며 외면했던 관람객들이 직접 찾고 있는 것이다. 마리이야기의 재개봉을 계기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시장이 크게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