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스타크래프트 대회 결승전이 연이어 열린다.
게임채널인 온게임넷(대표 담철곤)과 겜비씨(대표 곽성문)가 주최하는 ‘2002 네이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2002 KPGA 투어 2차리그’ 결승전이 각각 15일과 22일에 열려 이번 시즌 스타크래프트 왕좌의 주인공을 가린다.
일단 두 리그의 왕좌는 ‘다행히도’ 서로 다른 프로게이머가 차지할 전망이다. 온게임넷 스타리그에는 저그 강도경(한빛소프트)과 테란 변길섭(한빛소프트)이 최종 결승전에 출전해 승부수를 던지고, 겜비씨 KPGA 투어 리그에서는 테란 이윤열 선수(IS)와 저그 홍진호 선수(IS)가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온게임넷 결승전에 진출한 강도경 선수는 절치부심의 세월을 거쳐 결승전에 오른 잊혀지지 않는 올드스타다. 그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2000년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꾸준히 주목을 받았지만 2년 동안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본선에는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리그에서 강도경 선수는 최량의 기량과 컨디션을 선보이면서 6연승을 거듭, 일찌감치 우승후보 자리를 점찍었다. 변길섭 선수는 작년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8강에 오른 성적이 전부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한 플레이로 남자 팬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이번에 임요환, 최인규 등 내로라는 스타플레이어를 잠재우고 결승전에 당당히 오른 이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KPGA 투어 리그의 결승전에 오른 이윤열 선수는 ‘토네이도 테란’ ‘천재 테란’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무서운 저력의 소유자다. 아쉽게도 양 대회에서 한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한 무관의 제왕이라 이번 대회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이에 맞서는 홍진호 선수는 지난해 ‘온게임넷 스타리그 왕중왕전’에서 대나무 테란 조정현을 3대0으로 대파하고 우승컵을 거머쥔 주인공이다. 작년 왕중왕전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결승전에서 연거푸 석패해 만년 2위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KPGA 투어 리그에서는 준우승만 연이어 두번 해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다.
두 대회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팀 소속이다. 온게임넷 결승전에 오른 강도경 선수와 변길섭 선수는 한빛소프트 소속이며 KPGA 리그에 오른 이윤열 선수와 홍진호 선수는 IS 소속이다. 같은 팀끼리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이게 되니 각 선수는 이미 결승전과 다름없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의 전략 노출을 우려해 박스를 쌓아놓고 연습을 하고 특정 시간대를 정해 연습장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같은 소속팀이라 연습상대를 구하기 위해 한빛 소속 선수들은 IS 소속 선수들을, IS 소속 선수들은 한빛 소속 선수들을 상대로 연습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두 메이저 대회를 준비하는 양 방송사의 경쟁도 결승전 못지 않게 뜨거울 전망이다. 온게임넷은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식전행사로 ‘비가와’를 부른 인기 신인 그룹 ‘링크’의 축하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해설가 김창선과 김도형의 1대1 특별전과 전용준 캐스터의 ‘스타토크’ 등의 이벤트로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KPGA 투어 리그’의 결승전을 준비하는 겜비씨도 이번에는 장소에 특별히 신경썼다. 이번 대회 장소는 연극, 음악 등 고급 문화 행사가 주로 열리는 서초동 한전 아츠풀 센터. 제작진은 아츠풀 센터에서 게임 대회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게임대회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e스포츠로 끌어올렸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떨어졌듯, 큰 경기일수록 불꽃튀는 접전과 이변은 피할 수 없는 법. 이번 두 리그의 결승전은 또 어떤 접전과 이변이 기다리고 있을까.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