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19)엄지곰 곰지(3/끝)

 “갑자기 살 뺀 곰지! 처음엔 곰지 보고 놀랐어요. 왠지 이상해요. 무슨 사연이 있나요?

 미래의 우리 아기 이름이 곰지구요, 미리 곰지인형두 살 거예요. 나중에 더 미워질까봐서요.”

 지난 5월 20일 ‘만돌이’라는 아이디로 ‘엄지곰 곰지’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처음에 이 글을 보고 곰지 제작진들이 당황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청자의 지적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우리는 곰지에 대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곰지는 53화를 기점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처음 기획 당시 ‘엄지곰 곰지’는 주타깃층이 될 유아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파스텔톤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출발했으나 3D 캐릭터가 가지는 딱딱한 느낌을 완전히 없애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곰지 제작진은 파스텔톤의 3D배경은 그대로 유지하되 3D캐릭터에 회화풍의 2D 그래픽과 디지털 2D 애니메이션을 결합하여 새로운 ‘엄지곰 곰지’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진 글처럼 초반에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3D와 2D가 결합된 엄지곰 곰지에 대해 무척 낯설어했다.

 그러나 ‘엄지곰 곰지’가 이야기구조에서 열린 구조(짜여진 설정 없이 스태프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태어나는 형식)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제작방식에서도 열린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내용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구분된 2D, 3D의 구분은 작품적으로 무의미하다는 판단과 디지털 기술력의 향상으로 더욱 새로워진 작업환경 속에서, 작품에 충실한 2D와 3D 결합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존 풀 3D ‘엄지곰 곰지’의 제작시 3D 한가지 툴에 국한시켰던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메인 제작 툴인 맥스뿐만 아니라 마야, XSI 등 3D툴과 플래시나 페인터, 애프터이펙터, 컴버스첸 등의 2D툴을 자유롭게 결합하여 제작형식보다는 내용에 따라 2D와 3D를 자유롭게 사용한 것이다.

 이는 배경과 캐릭터를 2D와 3D로 나누어 작업한 후 이것을 합성하던 기존 제작방식의 형식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작품의 내용에 따라 2D와 3D를 자유롭게 활용함으로써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제작진은 이미 3D로 제작된 ‘엄지곰 곰지’의 배경 및 캐릭터의 3D데이터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3D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2D그래픽 및 2D 애니메이션 툴에서 그래픽수정, 2D애니메이션하는 제작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3D캐릭터, 2D캐릭터를 다양하게 활용하였으며, 애니메이션 역시 2D애니메이션, 3D애니메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제작방식으로 우리는 제작공정의 간소화와 제작기간의 단축, 그리고 3D의 퀄러티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2D가 가지는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초기에는 낯설어하던 시청자들이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새롭게 태어난 곰지에게 많은 찬사와 사랑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엄지곰 곰지’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영상포맷 HD에 ‘엄지곰 곰지’는 주목하고 있다. 이미 디지털로만 제작된 엄지곰 곰지는 디지털시대 어떠한 포맷의 매체라 해도 그 변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곰지의 주시청층인 우리의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엄지곰 곰지’ 제작진들도 새로운 형식과 내용에 대해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새로워지는 곰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심상명 에펙스디지털 이사 겸 감독 shim@fxdigi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