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에어>드라마 간접광고 어디까지

 TV 드라마, 간접광고의 장.

 최근 드라마의 배경이 첨단 업종으로 설정되고 외제차·명품과 같은 화려한 소품들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TV 드라마의 간접광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종영된 드라마를 포함한 몇몇 드라마는 외제차 홍보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이러한 경향들이 위화감 조성이나 기타 정서적인 문제들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드라마 자체를 협찬사들에 대한 광고로 연결시키는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방송법에 의해 방송위원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중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의 제5조(광고효과의 제한)에는 이같은 간접광고를 금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몇년 전부터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의상이나 소품 등의 로고가 광고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아예 로고 자체를 프로그램 제목으로 가리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 자칫 이런 처리들이 작품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음을 우려한 탓인지 협찬사들의 상품이나 기업 로고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그대로 화면에 나타나고 있어 드라마를 보는 것인지 광고를 보는 것인지 혼동스러울 때가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미디어워치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31일까지 방영된 방송 3사의 드라마들과 시트콤을 중심으로 간접광고 사례들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주목을 끈다.

 SBS의 ‘유리구두’는 극의 전반에 걸쳐 무선이동통신업체 CTF가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협찬업체인 KTF의 K만을 C로 바꾼 것으로 로고의 문양과 색상은 동일하기 때문에 KTF를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협찬사들의 기업을 상징하는 문구나 상품의 특징·내용 등을 드라마 내용과 불가피하게 관련되는 듯한 구성으로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교묘한 형태의 간접광고라는 지적이다.

 얼마 전 종영한 KBS의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타고 다니던 포드의 뉴익스프로러가 방송 이후 동일 색상만 30여대가 팔려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상표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의류와 가구 등과는 달리 자동차의 경우 따로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큰 광고효과를 얻고 있어 수입차종의 협찬공세가 치열하다. MBC의 ‘위기의 남자’와 ‘로망스’에는 BMW의 자동차가 등장했다. 특히 ‘위기의 남자’의 경우 주인공 강준하(신성우)와 함께 매번 BMW X5가 등장해 그 광고효과는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입차의 협찬을 받는 드라마의 대부분이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을 길게 잡거나 카메라의 앵글을 다각도에서 잡아줌으로써 의도적인 노출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도 SBS의 ‘나쁜 여자들’이 삼성 ‘홈플러스’와 청호 ‘나이스 정수기’를 간접 홍보한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MBC의 시트콤 ‘뉴 논스톱’과 ‘연인들’도 수차례 간접광고 사례가 지적됐다.

 경실련은 협찬은 협찬에서 그쳐야 하며, 그것을 빌미로 드라마 자체를 기업체의 홍보의 장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심의규정에 대한 위반이기 이전에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의 간접광고가 프로그램 안에서 협찬사와 제품의 노출빈도가 높아지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협찬사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자 스스로가 지양해야 할 문제인 듯싶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