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행사에서 전광판은 국민들의 뜨거운 축구열기를 한데 모으는 구심체, 대중적 미디어매체로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옥상위의 덩치큰 광고물로만 간주되던 LED 컬러전광판이 온국민이 함께 축구경기를 관람하는데 이토록 최적화된 매체일 줄은 전광판업체 관계자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한국팀의 경기날에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 빌딩가를 비롯해 지방 대도시의 전광판마다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 열광적인 축구응원을 펼쳤다. 수많은 국민들은 전광판 앞에서 축구로 하나되는 감격을 체험했다. 도대체 전광판의 어떤 요소가 이처럼 엄청난 대중 동원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집단 놀이문화가 월드컵 경기를 통해 급격히 분출되기 시작했고 전광판은 그 욕구에 멍석을 깐 상황이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일반 국민이 축구행사를 즐기는 방법은 경기장에 직접 가거나 아니면 TV밖에 없었다.
그러나 축구경기가 나오는 전광판 앞에 가면 사실상 월드컵 경기장의 열기를 가상체험할 수 있다. 전국의 수십만 군중이 마치 월드컵 구장에 가있는 것처럼 하나되어 열광한 것은 대중적인 전광판 매체만이 가능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컬러전광판이 TV와 맞먹는 색상표현과 선명도를 갖게 된 지는 불과 5∼6년 전이다. 천연색 컬러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파란색 LED가 90년대 중반에야 실용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고수부지에 설치된 6.3×4.2m 컬러전광판의 경우 수십개의 모듈로 본체가 분리되기 때문에 하루면 설치할 수 있다. 무게도 상당해 총 1.5톤이나 되고 레드, 블루, 그린 LED가 총 33만개나 박혀있다. 해상도는 보통 TV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광판은 비월주사가 아닌 순차주사방식이며 휘도 7000칸델라, 전력소모량 30㎾로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는 괴물이다.
광화문에 붙박이로 붙은 12×7m급 전광판의 경우 100만개 이상의 LED가 붙어있고 월드컵 구장에 설치된 초대형 22×14m급 초대형 전광판은 무려 400만개의 LED가 축구경기를 비춘다.
일부 길거리 응원에는 비싼 LED전광판 대신 대형 빔프로젝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밝기가 크게 떨어지고 자체 발광이 아니기 때문에 선명도도 떨어지므로 역시 LED전광판이 최고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렌털용 전광판의 하루 임대료는 400만∼600만원선. 문제는 요즘같은 월드컵 대목을 맞아 돈을 줘도 전광판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대기업, 지자체 홍보담당자들이 여기저기 헤매는 실정이다.
현재 광고업계는 서울에만 60여대, 전국적으로 110개가 넘는 대형 전광판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