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카드(punch card)의 아이디어와 나노기술을 결합시켜 우표만한 크기에 1테라비트의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스토리지 기술이 IBM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로이터는 IBM 취리히연구소가 플라스틱 조각 위에 머리카락 폭의 600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미세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기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IBM이 ‘밀리피드’로 명명한 6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이 기술은 천공카드처럼 플라스틱에 미세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저장하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구멍 크기는 기존 천공카드 구멍 하나에 30억개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10㎚에 불과하다.
IBM의 천공 메모리는 플라스틱을 실리콘 조각 위에 붙이고 그 위로 바늘이 달린 1000개의 팔이 공간을 두고 올라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팔은 열전도율이 다른 2개의 물질로 이뤄져 400도로 가열할 경우 팔이 구부러져 뜨거운 바늘이 플라스틱을 녹여 구멍을 만들어 데이터를 입력하게 된다. 또 구멍이 난 곳은 열을 이용해 메운 후 재기록이 가능하다.
입력된 데이터는 플라스틱이 녹지 않도록 100도 이하의 열로 가열된 팔이 구멍의 존재 여부를 알아내 판독한다.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피터 베티게르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05년께 5∼10Gb 용량의 메모리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기술은 다른 메모리 기술에 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저전력 모바일 환경에서 유용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천공 메모리는 광대역 네트워크에 정보를 공급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빠르다”고 덧붙였다.
현재 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디스크 드라이브는 데이터를 전자기적으로 유지하며 플래시 메모리카드는 전기 충전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