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잉크젯 복합기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자 그동안 이 시장을 외면해온 복사기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잉크젯 복합기는 가정용 프린터 업체들 주도로 시장이 형성돼 왔으나 최근 사무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 시장의 터줏대감격인 복사기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레이저 복합기로 사무용 프린터시장을 지켜온 복사기업체들은 잉크젯 복합기의 급속한 침투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잉크젯 복합기 출시까지 고려하고 있다.
13일 한국HP·삼성전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잉크젯 복합기는 지난 5월에도 지난 4월의 판매실적에 조금 못미치거나 소폭 증가한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는 구입 주문량은 많았지만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추가 물건을 수입하는 데 차질을 빚어 5월 1만4000대를 판매했으며 삼성전자는 전월대비 소폭 증가한 1만8000여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PC 주변기기 비수기를 맞아 감소한 잉크젯 프린터 판매량과는 대조적이다. 잉크젯 복합기는 비수기가 시작된 4월에도 한국HP·삼성전자 등이 목표보다 두 배가 넘는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국내업계는 올해 국내 잉크젯 복합기 시장이 작년보다 71% 가량 성장한 총 24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 IDC와 달리 35만∼4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조사결과 잉크젯 복합기는 주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도 주 사용층인 것으로 나타나 잉크젯 프린터가 주로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잉크젯 복합기가 호조를 보이며 가정뿐 아니라 사무실로 급속히 침투하자 레이저 복합기로 사무용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복사기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면 승부에 나서고 있는 곳은 롯데캐논이다. 과거 잉크젯과 쌍벽을 이뤘던 버블젯 프린터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캐논은 기존 레이저 복합기와 함께 버블젯 방식을 채용한 복합기를 조기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캐논은 올 가을 출시를 목표로 일본 캐논과 가격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캐논과 달리 잉크젯 방식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신도리코나 한국후지제록스는 복사기능과 품질에서 우위에 있는 레이저젯 복합기의 장점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양사는 200만원대 이상인 레이저젯 복합기가 가격경쟁력에서 뒤진다는 판단 아래 저가제품 출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잉크젯 복합기와 가격대가 비슷한 100만원대 저가 레이저젯 복합기인 디카프를 이미 출시한 한국후지제록스는 저가제품의 다양화를 위해 본사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리코 역시 품질과 복사기능 우위만으로 잉크젯 복합기의 사무용 시장 침투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장 수성을 위해 저가제품 개발을 고려중이다.
전문가들은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100만원 가격대인 잉크젯 복합기가 사무용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기술발전으로 품질이 개선된 데다 사무실에서는 주로 개인용 및 소규모 팀용 프린터로 사용해 복사기능이 중시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복사기능에 무게 중심을 둔 200만원대 이상 고가 레이저젯 복합기는 프린터기능은 잉크젯 복합기와, 복사기능과 고품질 출력은 기존 복사기나 레이저프린터와 경합을 벌이고 있어 지난해 1만대 판매에 그치는 등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