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 현대사회는 생태학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가

 ◇현대사회는 생태학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가 / 니클라스 루만 지음 / 백의출판사 펴냄

 

 21세기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범지구적 도전들로는 인구·식량자원·에너지·환경문제 등이 거론된다. 그 가운데 특히 환경문제는 다른 모든 조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인류 공동체 모두의 절실한 해결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환경문제가 이처럼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은 인간이 지금과 같이 자원 소모적인 경제개발을 가속화하고 물질낭비의 생활방식을 고수한다면 머지 않아 총체적인 환경위기가 초래되고 그 결과 인류의 생존은 물론 지구의 생물권 전체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절박감 때문이다.

 그러면 왜 오늘의 사회는 환경조건의 지속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궁극적 해결에 소극적이며 또 단편적인 대응 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설명모델이 경쟁적으로 답변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가장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해석은 독일의 체계이론가 니클라스 루만이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된 ‘현대사회는 생태학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가’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해 있는 생태계 파괴 위협의 잠재력과 그 확대 재생산의 메커니즘을 환상 없이, 그리고 명료하게 분석해내고 있다.

 루만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나름의 독특한 매체와 코드에 따라 움직이는 상이한 기능의 하위체계로 이뤄진 하나의 거대한 체계다. 기능적으로 분화된 사회로서의 현대는 더이상 예전처럼 포괄적인 문제해결 역량과 권한을 가진 중추기관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전체 사회의 문제로서 등장한 생태계 문제를 오로지 제한된 수준에서 부분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현대사회의 중요한 하위체계 중 하나인 정치체계는 일차적으로 어떻게 하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정치체계 내부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또 다른 중요한 하위체계인 경제체계는 오로지 가격과 이윤의 논리에 따라, 그리고 법체계는 통용되는 법규범의 준수 여부라는 법체계 특유의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 이로 인해 전체 체계로서의 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제각기 하위체계 내부의 규칙에 따라 다뤄질 뿐 총체적인 해결책의 모색과 도출은 난망하다. 다시말해 현대 사회의 주요 기능체계인 경제·정치·법 등은 제각기 정치적 편의의 관점이나 경제적 수익성의 관점에서, 또는 통용되는 법의 기준에 따라 환경문제와 생태계 파괴 현상에 대처함으로써 생태계 전반적인 위기상황을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역량을 드러낸다. 결국 이는 사회체계 내에 어떤 파트너도 갖고 있지 못한 선거권·구매력·법적 강제력을 지니지 못한 생태계의 파괴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생태계 위기 문제와 위기의 확산 논리를 섬뜩할 정도의 예리함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대 생태계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루만의 넓은 안목과 위기의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통찰은 경탄할 만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이 결론적으로 현대 사회가 자신을 파괴할 위험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의 잠재력에 현대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루만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는 체계 내부의 코드에 따라 작동하는 ‘자동 생산적’ 기능체계를 유일한 준거점으로 해 출발한 그의 생태이론구성 전략의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이 책은 우리가 더이상 환경문제를 내부의 논리와 규칙에 따라 ‘기능적 의사소통’의 형태로 처리하는 부분 체계에 맡기고 안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준다. 전체 사회의 문제로서 등장한 생태계 위기를 포괄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루며 총체적 해결을 모색하는 ‘생태학적 의사소통’을 더욱더 조직화하고 활성화하며 정교화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종길 덕성여대 교수 way21@duk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