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을 위한 각국의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다.
축구 마니아들은 우리나라 경기는 물론 우승 후보국들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휴가를 자청하거나 업무일정을 조정하고 텔레비전과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IT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의 경기가 열린 지난 10일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오전 근무만 하고 축구 관람으로 일상 업무를 잠시 중단했을 정도다.
IT업계에도 축구 사랑에 관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축구 마니아들이 있다.
동창회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개발 1팀 임동찬 과장(32)은 지난 10일 미국과의 경기를 남다른 감회로 지켜본 축구 마니아다.
광주남 초등학교 시절 도지사배 축구 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 페널티킥을 실축한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선홍 선수의 부상, 이을용 선수의 패널티킥 실패의 순간에 다른 사람보다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선창한 것도 이같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임 과장은 “미국과의 경기는 비록 무승부으로 끝났지만 사실상 이긴 게임이나 마찬가지”라며 “부상당한 몸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황선홍 선수를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들과 끝까지 응원의 고삐를 놓치지 않은 국민들의 열기와 관심은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페널티킥 실축은 너무 부담을 느낀 게 원인”이라고 전문가(?)다운 관전평을 내놓았다.
스키, 인라인, 래프팅 등 여러 레저 스포츠에 능한 만능스포츠맨이지만 역시 가장 매력있는 스포츠는 축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가 사내에서 축구광으로 정평이 난 이유는 단순히 축구 관람을 좋아하고 광적으로 응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실천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워크숍을 가더라도 일요일 아침 조기축구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같이 서울로 출발한다는 임 과장은 “땀으로 온 몸이 젖어가면서 공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만큼은 개발도 C++도 모두 잊는다”고 말했다.
고객관계관리(CRM) 전문업체 예스컴 기술지원팀 조우진씨(26)는 현재 붉은 악마의 모태가 된 하이텔 축구동호회 출신의 원조 붉은악마다.
그의 축구사랑은 고등학생이던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침착하면서도 지능적인 홍명보 선수의 플레이가 그의 축구 사랑에 불을 당긴 것이다.
이번 월드컵과 관련해 그는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이버 기자로 활동하며 축구 사랑을 실천 중이다.
그는 “회사 업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 칼럼 및 기사 작성을 위해 관련 기사 스크랩, 검토에 하루에 두시간 정도를 꼬박 할애하고 있다”며 “6월이 태어나서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잠시라도 서비스가 중단되면 큰 손실을 초래하는 금융권 고객을 맡고 있는 그는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지만 지난 10일과 11일 직접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과감하게 휴가를 신청했다.
추석과 설날 명절에도 제대로 휴가를 주지 못했던 회사로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조 씨는 “다행히 회사 내 유일한 붉은악마인 제게 큰 배려를 해줬습니다”라며 “이번 휴가 기간 동안 대구에서 벌어진 한·미전과 인천에서 벌어진 터키 대 코스타리카, 프랑스와 덴마크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고 자랑했다.
“휴가 전날 회사 선·후배들이 너무 흥분하지 말라며 우황청심환까지 챙겨줬다”는 조 씨는 “비록 회사 사람들과 함께 경기장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경기장의 열기를 마음껏 느낀 만큼 앞으로 더욱 더 축구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