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관련 중소·벤처기업들이 대만 굴지의 반도체기업과 연계된 벤처 자본유치를 통해 거대시장으로 떠오르는 대 중화권 시장공략을 모색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문형반도체(ASIC)업체,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반도체 설계 벤처기업(FABless:팹리스)들은 최근 중화개발공업은행(CDIB)·CID·그랜드아시아 등 대만의 주요 벤처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제의를 받고 투자 유치를 진행중이다.
특히 지난달 말 CDIB·톱타이완·인피티니글로벌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대만 벤처캐피털 컨소시엄이 국내 ‘ASIC설계사협회(ADA)’를 통해 투자대상기업을 추천받아 현재 2∼3개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를 추진하는 등 반도체 벤처업계에 대만자금 유입이 급류를 타고 있다.
CDMP3칩 전문업체 MCS로직과 디자인하우스 상화마이크로텍은 최근 대만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CDIB로부터 각각 20억여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CDIB는 대만의 세계적인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 TSMC와 UMC의 주주다.
ASIC업체인 P사와 I사 등도 대만의 벤처투자회사 CID를 통한 투자유치를 추진중이다.
CID는 대만의 반도체업체 퀀타그룹의 자회사로 2000년 말 국내 LCD구동칩업체 토마토LSI에 70억여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반도체 벤처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전자부품연구원(KETI)도 대만 벤처캐피털의 의뢰를 받아 국내 20여개 반도체 및 부품업체들을 모아 다음달 말 대만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기로 하는 등 국내 반도체 벤처기업들의 대만자본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업계가 대만자본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대만 자본을 끌어들일 경우 대만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 중화권 시장공략이 용이한데다, 올들어 잇다른 벤처비리 사태로 인해 국내 벤처금융시장이 얼어붙어 반도체 벤처기업들이 외부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향후 적지않은 투자수익(capital gain)과 후속 비즈니스 연계를 기대하는 대만 벤처금융기관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도 대만자본 유치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99년 CDIB로부터 119억여원의 투자를 받았던 씨앤에스테크놀러지의 경우 투자완료 후 6개월여만에 코스닥에 등록, CDIB가 전체 지분의 65%를 팔아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했다”면서 “대만자본은 차익실현에 목적이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