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단말기 풍속도 어떻게 변하나>(1)엄지족은 가라, 보이스족이 나가신다

 SK텔레콤과 KTF가 3세대 이동전화 기술인 ‘cdma2000 1x EVDO’의 상용서비스에 돌입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개시한 EVDO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이론적으로 2.4Mbps, 실제적으로 800Kbps에서 1Mbps 내외의 속도를 제공, 가정용 ADSL과 비슷해 인터넷에서 구현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리없이 누릴 수 있다. 아직 서비스 초기라서 때때로 접속이 불안하지만 망이 제대로 깔린 지역에서는 시속 60㎞로 달려도 동영상이 무리없이 구현된다. 파일을 300Kbps의 쾌속으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단말기업계는 3세대 이동전화시대에 걸맞은 제품개발에 한창이다. 3세대 이동전화단말기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이에 따라 단말기 풍속도가 어떻게 변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1.엄지족은 가라, 보이스족이 나가신다

 2.보지않고는 못배긴다, 비디오족 모여라

 3.길치여 안녕

 4.지갑을 버려라

 5.멀티미디어가 내손안에

 6.폰스타가 뜬다

 7.포스트PC는 내게 맡겨라

 

 1.엄지족은 옛말, 보이스족이 나가신다.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5년 전 ‘나쁜×’가 들불처럼 번진 적이 있다. 상사나 가까운 사람, 심지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 때도 번호를 누르지 않고 ‘나쁜×’를 외쳐댔다. ‘나쁜×’라고만 외치면 전화가 자동으로 걸렸다. 너도나도 재미삼아 이 기능을 이용했다.

 이동전화 단말기업체들은 당시 음성인식 단말기를 광고의 전면에 경쟁적으로 내세웠다. 전화기가 사람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시초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음성인식은 ‘우리집’ ‘본부’ 등 사용자기 미리 녹음해둔 몇 마디만 가능했다.

 하지만 3세대 이동전화단말기에는 5년 전과 달리 사용자의 음성을 미리 녹음해 두지 않아도 사용자의 음성을 알아들 수 있다. 최근에 시판된 삼성전자의 SCH-X430 모델에는 최신 기술인 ‘화자독립형’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음성을 미리 녹음해 두지 않고 단말기 내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이름만 말하면 스스로 전화를 걸도록 돼 있다.

 가까운 장래에는 보다 실용적이고 우수한 성능의 음성인식 기술이 채용될 전망이다. 이동전화 단말기업계는 향후 각종 메뉴를 음성 명령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정보관리 및 오락기능과 연계해 음성인식 기능을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실현될 수 있다. 이동전화단말기로 전화를 걸어 ‘열려라 참깨’하면 현관 문이 열리고, ‘불 켜’하면 실내 조명이 켜진다. 컴퓨터의 전원을 켜는 일, 심지어 주방 조리기구 작동까지 원격지에서 이동전화단말기로 말만하면 가능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아직은 음성인식률이 떨어져 실현이 힘들지만 머지 않아 사람들의 말을 100% 가까이 알아듣는 음성인식기술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가 보급되면서 모바일 컬처의 대표적인 산물로 부상한 문자메시지족, 즉 엄지족도 이때쯤이면 사라질 전망이다.

 엄지를 열심히 움직여 문자를 입력하는 엄지족도 사라질 운명이다. 이동전화단말기에다 말만하면 단말기가 이를 문자메시지로 바꿔 전송해주기 때문이다. 일명 ‘보이스족’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