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판매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자 가전업체들이 지난 연말 진행했던 끼워팔기 경쟁을 재현, 수익성을 무시한 제살깎기식 고질병이 도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에어컨 시장은 전통적으로 6월부터 본격적인 성수기로 접어들어 매출이 확대되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판매량이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만도공조 등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스탠드형 제품 구입시 룸에어컨을 1대 더 제공하는 경품행사를 6월 들어 시작했다. 비수기인 동절기에 예약판매 차원에서 사은품을 제공하는 경우는 있지만 성수기인 여름 시즌에 경품판매를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탠드형 산소 에어컨 구입시 4평형 에어컨 1대를 증정하는 행사를 이달말까지 진행한다. 행사모델은 AP-L1881(18평형)과 AP-L2381(23평형)로 이들 제품 구입시 AS-F42A를 제공한다. 삼성전자측은 이번 행사가 에어컨 전체 모델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일부 고가 제품에 한정된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LG전자도 이에 대응해 13일부터 이달말까지 하이엔드 모델인 LP-207CD를 비롯한 6개 모델 구입시 4평형 벽걸이 에어컨(LS-047CSN)을 제공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만도공조 역시 이에 대응할 만한 경품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미 이달말까지 패키지 에어컨 구입시 압력밥솥을 제공하거나 룸에어컨 구입시 선풍기를 증정하는 행사는 진행하고 있지만 자금력 면에서 월등한 LG와 삼성의 공세에 대응하기에는 약하다는 판단 아래 더욱 큰 판촉행사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에어컨 업체들의 경품 공세는 매출확대에만 주력한 나머지 수익은커녕 팔수록 적자를 내는 기형적인 형태로 시장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연말부터 2·3월까지 각사가 벌인 경품 행사를 통해 각 업체들은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기업들이 이같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판매촉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등 소비자들의 에어컨 구입욕구를 자극시킬 만큼 더위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표로 잡아놓은 매출실적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에어컨 업체들은 이같은 경쟁이 제살깎기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경쟁사의 공세를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국내 에어컨 3위 업체 만도공조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경우 중소기업은 맞대응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면서 “결국은 장기적으로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