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예스24 이강인사장

 “흑자를 내지 못하는 선두자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에 와우북을 합병한 것은 단순한 덩치키우기가 아니라 과당 가격할인 경쟁을 벌이면서 공멸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온라인서점 시장의 가격질서를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온라인서점인 예스24가 최근 2위 업체인 와우북을 흡수합병, 국내 인터넷서점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연매출 1800억원대의 초대형 서점으로 거듭났다.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 규모의 온라인서점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예스24를 국내 최대 규모의 서점으로 키워 놓은 이강인(44) 사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커진 덩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규모보다는 내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의 배경이 ‘흑자기조’를 일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이 사장의 솔직담백한 성격은 그의 외모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사무실이 지하에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검게 보이는 피부와 다부진 몸매는 바로 이 사장 자신이 말하는 ‘노가다’ 스타일 그대로다.

 사실 이 사장은 대학 졸업 이후 지난 1999년 온라인서점을 개업하기 전까지 가업을 이어 건설업에 몸을 담아왔다. 예스24가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양재역 부근의 스포타임 빌딩도 지난 94년 이 사장이 직접 건축한 건물이다. 아직도 지난 90년대 중후반의 건설업계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그는 바로 얼마전까지만해도 건설 전문가였던 것이다.     

 이 사장의 이런 외모와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온 경력은 일견 그가 인터넷 사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춰지게 한다. 그러나 이같은 선입견은 그가 8비트급 애플컴퓨터 시절부터 직접 베이식 프로그램을 짜볼 정도로 일찍부터 PC를 가까이한 마니아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금방 사라진다.

 “틈틈히 골프를 치는 것 이외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것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게임은 중학시절 이후부터 지속해온 취미생활입니다. 아마 그동안 오락실에서 선보인 게임은 모두 해봤을 겁니다.”

 이 사장은 특히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와는 달리 게임에도 푹빠져 있다. 이는 이 사장이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오면서도 과감하게 전재산을 털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연결고리였다.

 이 사장 자신도 건설 전문가에서 인터넷 사업가로 변신하게된 동기를 ‘재미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건설업은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철저합니다.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죠. 반면 인터넷 관련 사업은 수직적이고 경직적인 조직문화를 지양해야 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수십만명의 네티즌을 끌어들일 수도 있고 떠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사실 창의적이고 순발력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었구요.”

 물론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건설사업과 인터넷서점 사업은 이 사장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예스24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100억원이라는 자금을 쏟아부어야만 했지만 아직도 적자다. 그렇지만 이 사장은 이제 국내 서점업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인터넷 전문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온라인서점을 시작한 이래 나름대로 유명세도 타고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도 겪었다.

 “온라인서점의 경우 20% 정도의 할인율만 유지해도 나름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현재 적게는 27%에서 많게는 50%에 달하는 살인적인 할인경쟁을 벌이면서 책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상당수의 업체들이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 사장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온라인서점들이 벌이고 있는 할인경쟁이 수익성을 점점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서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알리려면 기존 업체들보다 높은 할인률을 적용해야하고 기존 업체들도 수성을 위해 이에 대응하는 할인정책을 내놓다보니 신생 업체들의 할인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사장은 합병법인의 최대 과제를 할인율을 끌어내리는 것과 온라인서점도 가격경쟁 없이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삼았다.

 “예스24는 수원에 2500평 규모의 대형 물류창고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 총 40만종의 책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원동력인 발빠른 물류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요인입니다. 여기에 IT를 중심으로 한 전문서적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온 와우북을 결합하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와우북을 합병한 이 사장의 의도는 의외로 단순했다. 1위와 2위 업체가 합병을 통해 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는 거대 규모를 형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할인경쟁으로 악화된 수익률을 만회하고 나아가서는 흑자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온라인서점의 흑자기조 전환’이라는 문제는 다른 인터넷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화두가 되고 있는 사항이다. 특히 이번 예스24와 와우북의 합병은 국내 온라인서점 업계에 M&A 및 통합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합병법인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이 각별하다.

 이 사장은 합병법인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멀티브랜드 전략을 통해 확실한 흑자전환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예스24와 와우북 및 대행운영 중인 크리센스 등 모든 브랜드를 그대로 살려 특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무리한 할인경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사장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다. 가격할인 대신에 콘텐츠의 질을 높여 이용자의 만족도를 배가시킴으로써 충성도를 높이고 물류창고도 확대해 보다 빠른 배송시스템을 구축해 타 인터넷 서점과는 확연히 다른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흑자전환을 토대로 내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머지않아 국내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아마존같은 외국의 대형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흔들림 없이 국내시장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이는 바로 국내 최대의 온라인서점으로 거듭난 예스24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스24는 지난해 약 480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오는 8월부터 합병법인을 본격 가동해 1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적긴하지만 흑자를 전제로한 매출이다.  

 

 <이강인사장 이력>

△85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87년 NYU 경영대학원 졸업 △87년 대신기업 상무 △91년 정인산업 이사 △91년 대전 대신학원 이사 △93년 삼정인터내셔날 상무 △98년 삼정인터내셔날 대표 △99년 예스24 대표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