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사이에 중국어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IT업체가 밀집한 강남 테헤란로 인근 중국어학원은 내로라하는 대기업체와 벤처기업 임원진들이 아침, 저녁시간대 강의실을 장악한 지 오래다.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의 박성근 부장(46)은 경기도 오산과 서울 강남의 중국어학원을 일년 넘게 오가며 중국어 회화를 익히고 있다.
“최근 회사에서 베이징연구소에 파견할 연구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습니다. 앞으로 중국어 인력수요가 계속 늘지 않겠어요?” 그가 수강하는 중국어 주말회화반은 현대정보기술·삼성SDI 등 대기업 중견사원들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나이든 직장인 학생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샹핑로오마?(어디가 편찮으십니까)” “뚜오쯔 텅(배가 아픕니다)”
서울 시청앞에 위치한 이얼싼 중국어학원은 아침 6시 40분만 되면 인근 직장인과 중국인강사가 펼치는 시뮬레이션 회화강의로 시끌벅적해진다.
전체 수강생 중에서 삼성전자·SK텔레콤 등 시청주변 대기업에 다니는 샐러리맨과 공무원들이 70%를 차지한다.
직장인들의 중국어 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데 고무된 학원측은 다음달부터 점심시간(낮 12∼1시)을 이용한 직장인 회화반을 신설하고 야간수업반을 늘리는 한편 기업체 임직원을 겨냥한 중국어 위탁교육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밖에 삼성SDI·현대모비스 등 대기업들이 올들어 사내 중국어 강좌를 확대하고 중국어 토플격인 한어수평고시(HSK) 성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직장인 사이에 중국어가 어학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중국어학원의 한 관계자는 “직장인은 중국어 공부를 자신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안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젊은 대학생보다 학습성취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