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억 산업기술부 부장대우
월드컵 열기에 묻혀 다소 맥이 빠지긴 했지만 온국민의 관심을 모은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한나라당이 전국 11개 시도지사를 차지하며 압승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으로도 기록됐다. 많은 사람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막판에 돌출된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물고 물리는 저질 정쟁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기 지역에서 누가 선거에 출마했는지 모르는 사람도 꽤 많았다고 한다.
선인들은 ‘나랏님이 누구인지 모를 때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무관심이 태평성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당락의 결과를 떠나서 언론으로부터 따스한 시선을 받은 후보도 몇몇 눈에 띄었다. 이들은 소속된 정당에 관계없이 혼자의 힘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이른바 ‘환경후보’와 ‘노동자후보’였다. 지연과 학연·혈연에 좌우되는 선거판에서 이들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이들처럼 소신을 갖고 일하는 진정한 ‘일꾼’이 많아질 때 풀뿌리 민주주의가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또다른 차원에서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흐믓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지역경제 발전을 외치는 후보 가운데 많은 사람이 IT산업 육성에 목소리를 높였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IT산업이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벌써 오래 전 얘기다. 하지만 정치 현장에서는 아직도 IT는 관심권 밖에 머물러왔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IT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혀 고무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우선 서울지역 후보들은 서울형 신산업 육성, e서울 구축, 동단위 ‘사이버마을’ 구축, 온라인정부 민원서비스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IT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후보들이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IT공약을 선보이는 등 IT산업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첨단과학산업단지(대덕밸리)를 비롯해 충북 오창(IT)·오송(BT)단지, 충북 천안·아산 첨단전자산업단지 등 첨단산업기지 육성과 충북소프트타운·영농소프트웨어지원센터·벤처농업연구센터·농업테크노파크·아산디스플레이산업지원센터 등 산업 지원체계 구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또 호남권과 영남권에서도 크고 작은 IT 관련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소개됐다.
이 많은 IT공약을 내건 후보 중에서 어떤 후보는 당선이 됐을 것이고 낙선한 후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IT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이 표를 잡기 위한 선전수단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주어진 4년이라는 기간에 각자가 내건 공약을 충실히 지켜서 진정한 IT단체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