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이 멉니다. 신생 벤처기업의 CEO라는 기분으로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최근 미국의 통신기기 판매회사 IMI사와 2년간 8850만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블루투스 헤드세트 수출계약을 체결한 텔슨정보통신(http://www.telsonic.co.kr)의 김지일 사장(52).
국내 블루투스 헤드세트 단일 수출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이고 이 회사의 지난 2년간 매출 1300억원과 맞먹는 대형 수출건임에도 김 사장의 소감은 그저 담담할 뿐이다.
지난해 8월 네트워크장비분야로 사업 방향을 대전환한 텔슨정보통신에 합류한 후 일궈낸 첫 대형 수출이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멀었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블루투스 헤드세트 수출은 과거 텔슨정보통신이 무선통신분야에서 가지고 있던 기반에서 비롯된 것일 뿐 지난해 네트워크장비업체로 새롭게 태어난 뉴(new) 텔슨정보통신의 역량으로 일궈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 사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를 네트워크장비 전문업체로 거듭나게 하는 데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그가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는 차세대 초고속인터넷으로 불리는 VDSL. 최근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물론 일본·홍콩 등지의 통신사업자들이 VDSL 도입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김 사장은 확신하고 있다.
이처럼 VDSL에 대한 김 사장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듯 최근 텔슨정보통신은 VDSL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하나둘 거두고 있다. 홍콩의 PCCW를 비롯한 3개 통신사업자에 VDSL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KT 엔토피아 프로젝트에서 VDSL 장비 공급권을 따내 국내 VDSL 장비 시장 선점을 위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김 사장은 “VDSL사업에서 텔슨정보통신의 목표는 단 하나,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로 텔슨정보통신에 합류한 지 정확히 10개월을 맞은 김 사장은 데이콤의 사업본부장, 시스코시스템즈의 부사장 등을 거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이런 이력과는 달리 인터뷰 내내 기사를 작게 써달라는 이상한 주문(?)을 하며 겸손함을 보이는 그가 무분별한 출혈 경쟁과 업체 난립으로 어지러운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된다.
<글=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