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젠 8강이다>IT코리아 `붉은 바람` 세계가 놀랐다

 ‘마케팅 16강은 누가 올랐나.’

 이번 월드컵은 세계 축구수준의 평준화로 ‘모든 조가 죽음의 조’가 되는 이변이 연속적으로 터져나왔다. 만년 우승후보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한국과 일본·세네갈이 16강 새내기로 도약했다. 기존의 질서가 통용되지 않는 냉혹한 스포츠의 법칙은 기업과 시장의 질서와 닮아있다. 5월 31일부터 월드컵 기간동안 경기장안과 호흡을 맞춰 진행된 경기장 밖 마케팅 전쟁의 16강은 누가 진출했을까.

 ◇A조 붉은 바람 vs 최고의 기술=SK텔레콤의 16강 비장의 카드는 다름아닌 ‘붉은 바람’. 붉은 악마의 공식후원을 맡은 SK텔레콤은 ‘붉은 악마가 됩시다(Be The Reds)’ 캠페인을 벌여 대박을 터뜨렸다. 10만여장을 나눠준 ‘Be The Reds’ 티셔츠는 정품보다 유사품이 더 많을 정도가 됐다. 온국민이 붉은 악마가 돼버리는 바람에 온국민의 공식후원을 맡은 격이 된 것. 삼성전자와 함께 마련한 ‘투톱페스티벌’로 폴란드전 승리에 고객들에게 20억여원의 현금을 통크게 나눠주며 출발한 16강 대장정은 대학로와 시청 앞의 대규모 거리응원행사로 뒷심을 톡톡히 발휘했다.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KTF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구사해 상대를 제압했다. 압권은 개막식에서 선보인 비동기식 IMT2000 시연장면. 자회사인 KT아이컴을 통해 세계인의 시선이 몰린 개막식에서 관람석간 영상통화를 전광판에 소개한 이 장면은 ‘IT월드컵’의 첫발로 손색이 없었다는 평이다. KTF는 중국·미국의 통신업체 CEO를 초청, 화려한 대인마크 기술을 보이는 한편 인천경기장과 대학로 특설무대 등에 장애우를 초청하는 따뜻한 마음씨도 잊지 않았다. 경기당 500여명의 KTF응원단이 선수들에 힘을 더했고 한국팀의 첫승리에 이은 16강 진출로 총 32억원의 상금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B조 실속있는 추가골 vs 축구황제 펠레=‘16강에 TV가 따라온다.’ LG전자는 행사기간 중 자사 디지털TV를 구입한 고객에게 16강 진출에 성공할 경우 TV를 덤으로 1대 더주는 마케팅을 벌였다. 디지털TV에 DVD 콤비와 21인치 TV를 경품으로 내건 것. LG전자는 행사기간 중 평소의 2배인 2만4000여대의 디지털TV 판매량을 기록했다. 행사를 위해 LG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 추가부담이 없는 데다 덤으로 제공하는 DVD 콤비와 21인치 TV도 자사 매출에 잡혀 추가매출을 기록하는 등 쾌재를 불렀다.

 ‘삼성전자팀에는 펠레가 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펠레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마케팅을 시도했다. 삼성전자는 프로젝션TV를 평소의 3배가량, PDP TV는 2.5배가량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축구황제 펠레를 통해 월드컵 기간 중 기업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평이다.

 ◇C조 발빠른 기동력 싸움=발빠른 IT업체들 사이에는 이미 8강 마케팅 경쟁이 불붙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6월, 15인치 LCD모니터와 디지털카메라를 걸고 8강 마케팅을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요원했던 8강을 눈앞에 맞은 지금 삼보컴퓨터의 기동력이 더욱 빛난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행사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LG전자도 8강 마케팅을 서둘러 검토 중이다. LG홈쇼핑·이마트·신세계닷컴 등도 8강 진출에 초점을 맞춘 행사를 준비하는 ‘빠른 발’을 자랑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김용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