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뒤덮은 월드컵 열기가 올 하반기 IT업계의 디자인 흐름까지 바꿔놓을 전망이다.
월드컵을 통해 무려 200만이 넘는 응원인파가 집단적인 ‘레드신드롬’을 체험한데다 각 언론매체가 붉은 원색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킴에 따라 한국민의 컬러감각이 월드컵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요 가전업체와 웹에이전시의 디자인 전문가들은 하반기 IT업계의 디자인 흐름이 유래없이 뜨거운 월드컵 열기의 연장선상에 놓일 것으로 예상하고 새로운 디자인 전략수립에 나섰다.
특히 대다수 국민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 레드신드롬을 상품디자인에 연결하기 위해 회사마다 디자이너들의 손놀림이 한층 바빠졌다.
LG전자는 월드컵을 계기로 가전, 정보기기 디자인에 붉은 색상 적용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그동안 소비자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금기시된 레드계열의 원색컬러를 휴대폰과 오디오, 독신자용 소형가전기기 등 적용범위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길거리가 온통 붉은 패션으로 뒤덮임에 따라 몸에 지니는 휴대폰, PDA 등 소형 정보통신기기의 디자인색상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8, 9월경 화끈한 원색류의 제품디자인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가전디자인의 주류색상인 은색, 펄화이트 등 사이버컬러에 소비자가 식상해함을 감지하고 새로운 컬러의 디자인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디자인 관계자는 “꼭 빨간 색상이 아니더라도 월드컵을 계기로 제품디자인에 있어 컬러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은 확실하다”면서 향후 여성층과 젊은이들을 겨냥한 가전제품에서 레드계열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레드신드롬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웹에이전시 홍익인터넷은 그동안 국내기업 홈페이지에서 주류색상으로 금기시되온 붉은 컬러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사의 디자인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고객이 무난한 청색계열의 홈페이지를 선호해 왔으나 월드컵을 전후해 새로운 웹디자인 컬러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다.
“일본, 중국의 기업홈페이지는 붉은 색상의 사용빈도가 한국보다 훨씬 높다”면서 월드컵을 전후해 인터넷 홈페이지 색상에도 변화의 물결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용 디자인업체 212디자인은 지난주 모 기업체로부터 하반기 출시할 PDA 디자인에 화끈한 색상과 역동적 이미지를 넣어달라는 특별주문을 받았다. 회사측은 보수적인 IT용품 디자인계에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월드컵 이후 산업용 디자인의 변화추세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산 전자제품에선 일본, 이탈리아처럼 화사하고 세련된 붉은 색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념적 이유로 한국민은 붉은 컬러에 대한 색감을 키울 기회가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5가지 본체 색상을 가진 아이맥 컴퓨터의 경우 구미시장에서 빨간색 제품비율이 24%에 달하지만 한국에선 2%에 불과하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민의 레드콤플렉스가 사라지면서 국산품의 디자인경쟁력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