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법의 제정 배경을 살펴보면 국제적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도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되고 있다. 오늘날 국제간에 이동되는 제품은 다국적 또는 무국적화되어 있고 이러한 외국의 제품이 국내에 유입되어 유통되고 있는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에 의해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국내의 피해자가 외국의 제조업자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제약을 제거하기 위해 제조물책임법 제2조3항은 외국의 제품을 수입하는 수입업자에게 제조업자에 준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외국의 열악한 제품을 수입하는 수입업자에게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시켜 위험한 제품의 국내 유입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제품이 외국에 수출될 경우도 외국의 제조물책임법이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기에 결국은 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안전성을 갖춰야 하며 이러한 안전성을 확보한 제품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물책임법의 순기능이 강조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 제품이 미국에 수출될 경우 미국의 제조물책임법(주로 제3차 PL Restatement)의 정확한 이해와 소송 제도의 특징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해 놓아야만이 향후 제조물책임 소송에서 적극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또 세계 각국은 손해발생지를 관할 법정지로 인정하고 있는 이상 우리의 제품이 세계 어느 곳이든지 유통될 수 있다는 점과 언제 어디서 소송에 제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제적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실제 국제간 제조물책임 소송을 분석하여 보면 해당국의 실체법과 절차법의 차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당혹스런 경험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 또한 제품의 이동을 제한적으로 파악한 근시안적인 시각에 원인이 있지 않았나 판단된다.
물품의 이동에 따른 국제 소송은 크게 법률적 문제와 재정적 문제가 원인이 되고 있다. 법률적 문제로서는 다시 독점금지법과 제조물책임 소송으로 분류할 수 있고 재정적 문제는 관세 등 덤핑 관련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인 WTO내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고 상당 부분은 WTO내에서 처리되고 있으나 제조물책임에 대해서는 각국의 법문화에 대한 차이, 법규정에 따른 해석의 상이 등으로 법적용에 많은 혼란이 예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되어 결국은 해당국의 자체 입법에 위임된 상황인 만큼 수출국의 제조물책임법을 정확히 이해한 후에 이에 대비한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해당국에 수출해야 한다.
또 결함 제품으로 인해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일단 국제사법의 내용 파악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으나 현재 확립된 국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분쟁 대상국과의 사법 공조 관계도 명확하게 분석해 놓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관할권의 문제와 송달방법에 하자가 있었는지 그리고 집행에 있어서 국내법은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도 사전적으로 숙지하고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전략을 구축할 수도 있다.
외국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소송 기피증도 점진적으로는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는 일단 소송 경쟁력이 뒤지기 때문에 지나친 비용을 감내하지 못한 결과 적극적 항변을 주장하지 못하고 화해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화해도 기업의 경영안정화를 위해서 바람직한 대안이기는 하나 사고의 재발 방지와 사고 정보의 공유라는 관점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과의 제조물책임 소송에 대한 국내 판례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배경은 기업의 이미지 관리와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되나 일본의 경우는 사내 법무 스태프의 양성으로 법원에서의 적극적 항변을 주장하고 소송 정보를 동업종 또는 이업종간에 제공함으로써 산업 전반에 정보제공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제품의 국제 이동은 정도와 빈도 면에서 확대일로에 놓여 있다. 글로벌 시대의 제품 경쟁은 이제 한 지역 내가 아닌 국제적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제품에 대한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제조물책임법은 특정지역 소비자만을 구제하는 것이 아닌 전세계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려는 취지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세계적 흐름을 인지하여야 비로소 올바른 대책을 정립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김동석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