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포매틱스 기선 우리가 잡자"

 정보기술(IT)산업의 대안으로 IT와 생명기술(BT) 융합기술에 관심이 쏠리면서 유전자 정보를 종합가공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KAIST)·숭실대·서울대 등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은 바이오인포매틱스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거나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BT가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낙후된 반면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BT의 핵심분야로 IT산업이 접목된다면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출연연은 ETRI와 생명공학연구원으로 이들 기관은 지난 4월 연구교류협정을 체결하고 향후 국내 IT·BT 융합기술인 생물정보학과 바이오정보 생성을 위한 소자·소재 및 디바이스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ETRI는 바이오정보연구팀(팀장 박선희 박사)을 구성해 바이오인포매틱스와 관련된 요소기술을 체계화한 설계도를 완성하고 나노와 소자 등 원천기술 개발에 사용되는 연구장비를 활용, ‘대용량 바이오정보처리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인포매틱스 핵심 원천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생명공학의 본산격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최근 국가유전체센터에 국내 최대 용량의 바이오 분야 유전자 조각(ETS) 분석전용 슈퍼컴퓨터인 하이퍼포먼스 컴퓨터(모델명 SGI-3400)를 도입, 가동에 들어갔다. 이 컴퓨터에는 CPU 14개가 장착돼 있으며 메모리 4Gb, 디스크 용량 1.8TB급으로 DNA와 프로테인 등 유전자 단편조각의 기능을 비교하는 작업인 ‘블라스트X’를 하루 최대 4만2000개까지 처리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메모리 용량이 2TB급에 싱글프로세서로는 가장 빠른 100기가플롭스(초당 10억번 연산)의 연산능력을 가진 바이오전용 슈퍼컴퓨터를 도입키로 하고 최종 계약단계에 있다. KISTI는 이에 앞서 바이오인포매틱스센터를 설치하고 유전체 관련 정보처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2년째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KAIST와 서울대·숭실대 등 대학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KAIST는 내년 1월 바이오시스템학과 신설을 위해 전 미래산업 회장이 기부한 300억원을 들여 연면적 9038㎡, 지하 2층, 지상 10층의 규모의 정문술 빌딩을 내년 8월 완공할 계획이다.

 서울대도 올초부터 바이오 관련 대학과 외국 대학, 국내외 BT 관련 연구소를 네트워크화하는 ‘코리아 바이오맥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컴퓨터 생물학을 지원할 병렬컴퓨터 클러스터와 DNA칩 시설, 생물정보학실을 갖춘 연구공원 내 2만5000㎡ 규모의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을 건립 중이다.

 국내 처음으로 지난해 생명정보학과를 신설, BT와 IT 접목에 나서고 있는 숭실대는 분자설계연구센터에 2004년까지 92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경기도 용인 바이오메드파크에 분소를 개소하고 대당 100만달러에 달하는 컴팩의 분자설계 관련 연구장비인 ‘바이오클러스터’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이밖에 포항공대의 생물정보센터, 부산대의 생물정보학센터, 충남대의 유전체센터, 국립보건원의 중앙유전체센터, 농업과학기술원의 유전정보분석과 등에서 클러스터링 서버 등 바이오인포매틱스 관련 인프라를 갖춰 놓고 연구를 수행 중이다.

 KISTI 바이오인포매틱스센터의 손현석 팀장은 “국가적인 측면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 인프라의 저변 확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정보교류 등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쌓아놓은 자원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김인순 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