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리한 장마가 시작되고 폭우라도 내릴 때 우산을 쓰고 금융기관을 다니며 송금이나 공과금납부 등을 하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또 현금인출기에서 계좌이체를 하려고 해도 영업시간이 아닌 밤늦은 시간에는 이용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보자.
내 계좌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필요없다. 공개키기반구조(PKI) 기술을 적용한 전자서명, 공인 인증기관이 보증하는 공인 전자서명만 사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
◇인터넷뱅킹 어디까지 왔나
인터넷뱅킹은 인터넷이 연결된 PC 또는 인터넷이 지원되는 휴대폰·TV 등을 이용해 고객이 직접 금융정보를 조회하거나 송금(이체), 대출 및 상환, 해외송금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첨단 금융서비스다.
인터넷뱅킹은 인터넷이 연결된 단말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 은행계좌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PC뱅킹이나 폰뱅킹에 비해 훨씬 간편하고 빠르게 금융거래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간의 치열한 경쟁에 따라 고부가가치 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이용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공급자 측면에서도 창구업무 감소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인터넷뱅킹은 이제 금융권에서 없어서는 안될 서비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뱅킹의 활성화 배경에는 지난 99년 4월 시행된 전자서명법의 영향이 크다. 전자서명법의 제정으로 인해 전자상거래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거래당사자 본인확인, 거래내용의 위·변조, 거래사실 부인 등의 문제를 전자서명 기술을 이용해 해결한 것이다. 전자서명법은 여기에다 법적 효력까지 부여함으로써 거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수는 1241만명으로 지난해말 1131만명에 비해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인구 대비 인터넷뱅킹 이용자 비율면에서 스웨덴과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에 해당되는 수치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기업수는 49만개로 조사됐다.
지난 2000년 3월만해도 47만여명에 불과하던 이용자수가 지난해 6월 743만여명으로 늘어났고 다시 6개월만에 1131만여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인터넷뱅킹을 통한 각종 조회나 자금이체 및 대출서비스 이용건수도 1억3305만여건으로 지난해 말까지의 이용실적에 비해 4.8% 증가했으며 9개 시중 은행의 경우 전체 업무유형 가운데 인터넷뱅킹을 통한 업무처리는 올 3월 현재 14.5%대로 올라섰다.
◇전자서명은 인터넷뱅킹의 핵심
인터넷은 금융기관에 새로운 활동영역을 제공해 주었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비대면 거래의 특성상 자금이 이동되는 거래의 경우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의 요청이 사실인지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당사자의 확인문제와 거래부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PKI 기술을 활용한 전자서명이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98년 8월부터 자체적으로 인터넷 뱅킹에 전자서명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99년 전자서명법의 시행으로 공인인증제가 도입되면서 금융결제원이 발급하는 공인인증서를 채택하는 추세다.
현재 은행들은 금융결제원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와 은행이 자체 발급한 사설인증서를 모두 인터넷뱅킹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정부가 공인인증서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뱅킹 등의 전자금융거래시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인터넷뱅킹 이용시에는 반드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될 전망이다.
금융결제원이 발급하는 공인인증서인 ‘예스사인(yessign)’은 전자서명법에 따라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발급된다. 따라서 은행이 자체 발급하는 사설인증서에 비해 신뢰도가 높고 법적효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단계에서부터 은행간 상호연동을 고려하여 거래은행에 관계없이 한 장의 인증서로 국내 전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의 실명확인증표를 지참하고 거래은행 영업점을 반드시 방문, 대면확인을 통해 실명확인을 먼저하고 인터넷뱅킹 가입신청서를 작성한 후 인증서 발급에 필요한 ID·패스워드·보안카드 등을 받아 거래은행 인터넷뱅킹 홈페이지에 접속, 공인인증서 발급을 신청하면 된다.
금융결제원이 지난 2000년 4월부터 이달초까지 발급한 공인인증서는 법인용 16만6000여건을 합쳐 모두 231만6600여건에 이른다. 전체 발급건수가 262만5000여건임을 감안하면 공인인증서의 주된 활용분야는 인터넷뱅킹임을 알 수 있다.
◇향후 전망
금융권에서는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인터넷 뱅킹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국내 은행들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각종 조회·계좌이체·현금서비스 등의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온라인상의 고객잡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결제원 김호술 팀장은 “은행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용해왔던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최근 이용실적이 증가하고 있고 웹상에서 고객의 행태를 DB로 축적·활용하는 기술 등이 보급돼 개별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투자성향에 기초한 맞춤형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 뱅킹은 다양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공인 전자서명 이용도 급증할 전망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