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어디야. 똑바로 보여줘!”
이제 목소리만의 통화는 사라지고 눈으로 보면서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이동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은 거의 실현불가능한 이야기로 여겨졌다. 최고 가능 휴대폰 전송속도는 144Kbps며 실제상황에서는 60∼80Kbps 정도였다. 이 속도에서는 제한적인 VOD 서비스만을 즐길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월 SK텔레콤을 필두로 각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올해 경쟁적으로 도입한 동기식 IMT2000 1x EVDO 방식은 이론적으로 2.4Mbps, 실제적으로 800Kbps∼1Mbps 내외의 속도를 제공한다. 즉 기존보다 16배나 빨라진 데이터 통신환경에서 그동안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휴대폰 영상통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단말기 제조업체는 카메라 기능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단말기에 구현된 카메라 기능은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사고 장면을 촬영하거나, 약도를 봐도 알 수 없고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약속장소를 직접 촬영해 보낼 수도 있으며, 친구나 연인 사이의 표정을 촬영해 요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문자메시지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동전화단말기업계는 3세대 EVDO 서비스에 맞춰 카메라 내장형 VOD 단말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시장에 선을 보인 제품들도 있다. 이에 따라 TV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비디오를 선택해 볼 수 있는 VOD서비스는 이제 이동전화단말기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를 통해서도 뮤직비디오, 인터넷 방송, 만화, 뉴스 등 다양한 컬러 동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해 영상메일을 주고 받거나 영상통화까지도 가능하다.
영상통화가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부터 커플 사이에는 동영상폰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단말기로 자신만의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는지 자기 PR 비디오 등을 찍어서 명함 대신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술집에서나 모임에서 옆자리의 가족이나 친구 모습을 비추면서 통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맨들은 방문한 거래처에서 단말기로 문서를 다운로드해 거래처의 요구에 즉시 응답할 수도 있게 된다. 단말기 매뉴얼을 VOD형태로 만들어 휴대폰에 익숙지 못한 중장년층 혹은 노인들에게 각종 기능을 좀더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인터넷 채팅이 생겼을 때 채팅족이 생기고, 이동전화단말기에 문자메시지 기능이 생기면서 엄지족이 생겼듯이 3세대 단말기가 상용화되는 올 하반기 이후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등장할 전망이다. 인쇄매체보다 영상매체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자대신 그림과 동영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비디오족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디카족(디지털카메라족)’ 또는 ‘휴카족(휴대폰카메라족)’ 들이 바로 이들이다. 무선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직접 찍은 사진 또는 동영상 등을 공유, 하나의 독자적인 창작 분야로까지 승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영상통화가 가능해지면서 만남의 문화도 바뀔 전망이다. 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만나는 남녀들이 직접 만나기 전에 단말기로 먼저 상대를 만나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말기가 영상채팅방을 대체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