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앤더슨의 유죄평결이 국내법인 IT프로젝트에 끼칠 영향은

 엔론 부도사태에 연루돼 유죄평결을 받은 미국 아더앤더슨이 실질적인 청산절차를 밟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법인인 아더앤더슨코리아(대표 고염채)가 진행중인 각종 IT프로젝트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법인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프로젝트를 비롯, 마사회 ERP 프로젝트, SK가스 ERP 프로젝트, SKC&C BPR 프로젝트, G2B 프로젝트 등이다. 모두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이며 한수원 ERP, 정부 G2B 프로젝트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들도 있어 자칫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예상되는 파장은 크다.

 아더앤더슨코리아측은 “한국법인은 지사가 아닌 완전한 독립법인의 형태이며 지분관계도 없기 때문에 미국법인의 파산과 국내법인의 활동은 아무 관계도 없다”며 항간에 떠도는 한국법인 위기설을 일축했다. 다만 앞으로 아더앤더슨의 명성을 전제로 한 사업추진은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앤더슨월드와이드에서 추진중인 KPMG컨설팅과의 합병이 잘 마무리된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아더앤더슨코리아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 사건에서는 자산관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더앤더슨처럼 ‘하나의 기업 운영구조(One Firm Policy)’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은 외국법인과의 인력·노하우 공유가 필수적이지만 미국법인에서의 컨설턴트 이탈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추가지원을 받을 수 없어 향후 사업진행에 차질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내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프로젝트 발주 당시 원자력분야 ERP에 대해 실적을 갖고 있는 컨설팅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외국계 컨설팅기업이 주 사업자가 된 것”이라며 “외국법인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사업에 부실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더앤더슨코리아측은 “현재 진행중인 사업에서 외국인력이 필요한 단계는 모두 끝났으며 국내인력과 기술만으로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더앤더슨과 함께 IT사업을 진행중인 업체 및 기관 관계자들은 대체로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최양우 사장이 직접 지난 일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ERP추진팀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사업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여타 업체와 기관들도 인원이탈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아더앤더슨코리아측과 긴밀히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아더앤더슨코리아 역시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이 미국법인 사태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하에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