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터넷전화 업체들이 한국으로부터 관련 시스템과 솔루션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착신번호가 부여되는 등 음성데이터통합(VoIP) 인터넷전화 관련 제도가 확정되는 일본시장에서 인터넷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업체로부터 솔루션과 장비, 단말기 등을 공급받으려는 ‘러브콜’이 잦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1년 전부터 일본시장에 진출한 국내업체들은 일본 시장이 아직 불확실하며 과당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성급한 진출보다는 현지 업체와의 파트너십 강화 등 신중한 접근이 더욱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본 펜탁스사의 정보기기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M사는 최근 일본측으로부터 인터넷전화 장비제공업체에 대한 시장조사의뢰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다. M사 관계자는 “펜탁스가 미래사업으로 정보통신장비 사업을 선택하면서 내부 신규조직을 결성하고 국내 업체로부터 수입을 계획중”이라며 “국내업체에 대한 장비구입에서 나아가 업체 인수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른기술(대표 이승현)도 최근 일본의 근미래(Kinmirai) 통신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인터넷전화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향후 장비와 서비스 부문의 진출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지난해초부터 일본 시장을 노크해온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일본 시장의 거품을 파악하고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세우며 ‘내실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초 일본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애니유저넷(대표 송용호)은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AOL재팬의 사장을 역임한 일본측 전문경영인의 CEO 영입을 꾀하는 등 정비에 힘쓰고 있다. 송용호 사장은 “자본금 1억엔인 일본법인의 설립도 일본 벤처투자자 지분을 51%로 하고 현대종합상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신중하게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큰사람컴퓨터(대표 이영상·장택수)와 텔링커(대표 허철수)도 각각 삼성테크윈·아이퓨처 등과 일본시장 영업 부문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안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서창민 키텔 이사는 “일본 시장의 경우 야후비비(BB)라는 ISP사업자가 3분당 7.5엔의 가격파괴를 선도한 데 이어 퓨전커뮤니케이션스 등도 통화요금 저가경쟁을 치열하게 벌여 수익성이 의문시된다”며 “운영비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부가서비스를 내세운 경쟁력을 냉정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NTT-ME의 국내 비즈니스파트너인 브이오아이피(VOIP)사의 이상덕 사장은 “1년여의 검토를 거친 끝에 100여대의 단말기 1차 선적을 결정할 만큼 일본과의 비즈니스는 끈기를 필요로 한다”며 “일본의 인터넷전화 제도개선도 국회의결을 통과할지가 확실치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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