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와 인공지능-KAIST 전산학과 김진형
20세기의 최대 연구 프로젝트는 사람의 지능적 행동을 흉내내는 기계를 만들려고 하는 인공지능의 시도였다. 컴퓨터의 발명이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신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면 인공지능은 단순한 숫자 계산의 단계를 넘어서 고도의 인식, 판단 기능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기계에 수행시키고자 하는 시도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컴퓨터에게 지능을 넣는 작업’, 혹은 ‘생각하는 컴퓨터 만들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생각하는 컴퓨터 만들기’나 ‘컴퓨터에게 지능을 넣는 작업’은 생각하는 과정을 프로그램하는 것과 동일하다. 즉 인공지능의 구축은 지능적 행위를 수학적 연산, 비교 등의 명령어로 분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능적 행위가 컴퓨터상에서 프로그램 가능하다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에서 그 행위를 실현시킬 수 있다.
지능의 정의는 어려워도 지능을 갖고 있는 시스템의 차이점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즉 시스템이 융통성을 갖고 있으며 상당 부분 작동이 자동화되고 행위를 최적화한다. 이러한 고도의 지능을 갖춘 시스템으로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으로는 우리 인간 자신이 있다. 새로운 사실을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을 수정·보완해 그 성능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은 과연 경이로운 것이다. 이러한 지적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컴퓨터는 얼마만큼 지능적 능력을 갖고 있는가. 아직 제한적인 응용분야지만 사람만이 갖고 있는 능력에 버금가는 여러 가지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사람과 사람간에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는 컴퓨터, 손으로 흘려 쓴 글씨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 장애물을 피하여 목표물로 달려가는 로봇, 음성 명령을 알아듣는 컴퓨터 등 고도의 지능적 능력을 컴퓨터는 이미 갖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어번역·영상인식·데이터마이닝 등 자체만으로 상품이 되기도 하지만 요소 기술로서 상품의 맛을 더 내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내용을 검색하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복잡한 검색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자연언어를 사용하여 질의 응답하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활용성을 높인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음식의 맛을 완성하는 양념 구실을 한다.
떠오르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잘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하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 활용은 크게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부분과 거래 성사를 돕거나 이익을 최적화하는 전문가 시스템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연어를 통한 지능적 질의 응답·영상·그래픽·가상현실 등을 활용하는 기술이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술이지만 전자상거래에서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용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기술, 적절한 상품이 인터넷에 출현하였을 때 구매를 제안하는 자동검색 로봇시스템 등이 넓은 의미에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전문가 시스템 분야로는 최적 조건의 상품을 탐색하는 기술, 거래계약 및 경매 전략 제안, 수많은 공급망관리를 위한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으로서의 선택과 협상 절차 기술 등이 있다.
데이터로부터 지식을 추출하는 방법은 전통적인 기계학습의 연구 테마다. 이러한 학습기능을 이용해 기계가 배운 지식을 인간이 배워오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도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원론적 결론을 내리면서도 인공지능의 연구는 아직 그 목표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적용분야가 매우 제한적이다. 깊은 수준의 판단은 할 수 있으나 문제의 영역이 바뀌면 쓸모가 없게 된다. 범용의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확보해야 한다. 컴퓨터의 용량과 능력이 무한히 발전하고 또 효과적인 지식 습득 및 축척의 방법이 찾아지기까지는 범용적으로 쓰이며 깊은 판단 능력을 갖는 시스템의 출현은 기대할 수 없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