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지금은 OST 전성시대

 추억속에 머물러 있던 음악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시 태어난다.

 미국 여성 보컬리스트 사라 본이 부른 ‘A Lover`s Concerto’도 그랬다. 기억 저편에 가물거렸던 이 재즈음악도 지난 97년에 개봉된 우리 영화 ‘접속’으로 우리 귀에 친숙해지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제까지 ‘접속’의 OST(Original Sound Track) 판매 음반수는 80만장. 요즘 잘 나간다는 음반도 50만장 넘기가 힘든 것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실제로 이 OST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의 OST 대박이고 아직까지 이 기록이 갱신되지 않고 있다.

 OST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별도로 장외전쟁을 낳는가 하면 심지어는 흥행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OST에 대한 투자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드라마 OST는 불특정다수에게 주기적으로 음악을 노출시킴으로써 히트할 확률이 높다는 특성상, 음반기획 및 제작사도 앞다퉈 OST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OST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에 편승, 손쉽게 음반을 기획·제작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장삿속이 너무 짙게 배어 있다는 점이다. 음반시장을 너무 가볍게 가져가 장기적으로 볼 때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드라마=90년대 ‘모래시계’에서 시작된 드라마 OST의 인기는 최근에 ‘겨울연가’ ‘피아노’ ‘명랑소녀 성공기’ ‘위기의 남자’로 이어지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달 초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위기의 남자’는 중년부부의 위험한 사랑을 실감나게 그리면서도 인간의 마지막 안식처는 결국 가정임을 일깨우며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현우가 부른 타이틀곡 ‘지금 내게 필요한 건’이 드라마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후반으로 가면서는 황신혜, 신성우 커플의 아픈 사랑에 어울리는 ‘미련한 사랑’도 드라마 못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들의 OST도 인기가 높다.

 SBS TV 드라마 ‘유리구두’는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해 OST 판매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발매와 동시에 10만장을 돌파한 ‘유리구두’ OST는 최소 30만장 이상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리구두’ OST는 장혜진, 박완규, 캔의 이종원 등 가창력있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 앨범의 질을 인정받고 있다. 장혜진의 ‘For your love’를 비롯해 박완규의 ‘비상지아’, 이종원의 ‘너를 지켜줄거야’ 등이 담겨 있다. 특히 ‘For your love’는 필리핀 히트가요인 ‘판가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우리 정서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MBC와 SBS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수목드라마 ‘로망스’와 ‘나쁜 여자들’은 OST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로망스’는 ‘명성황후’ OST로 실력을 인정받은 작곡가 이경섭이 프로듀서로 총지휘를 맡았다. 여기에 페이지, 김돈규, 김효수를 비롯한 실력파 가수들과 신인으로 비가 참여했다.

 메인 타이틀곡인 ‘이별이 오지 못하게’는 김재원과 김하늘의 가슴아픈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것으로 애틋함이 배어 있다. 이밖에도 경쾌한 리듬의 록댄스 ‘프라미스’와 ‘내가 택한 사랑’ 등이 수록돼 있다.

 ‘나쁜 여자들’은 핑클의 성유리가 출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드라마. OST에는 핑클 멤버들이 참여했다. 주제곡 ‘처음처럼’은 이효리가 직접 작사했는가 하면 이효리의 솔로곡인 ‘연인’, 옥주현의 ‘영원히’ 등이 들어 있다. 드라마 음악에서 명성을 자랑하는 오진우와 작곡가 안정훈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드라마 OST는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에야 인기를 모으는 반면 영화는 개봉 이전에 전략적인 홍보수단으로 OST가 활용된다는 것이 차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추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오버 더 레인보우’와 ‘후아유’ ‘일단 뛰어’, 이달 28일 개봉하는 ‘챔피언’ OST는 보는 재미와 함께 듣는 재미까지 가미하며 음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오버 더 레인보우’ OST는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으로 유명한 주디 갈란드의 음성뿐 아니라 이은정의 힙합버전, 박보람의 뮤지컬 버전이 실려 있다. 연주곡 ‘Peace of Wild Things’도 들을 만하다.

 인터넷 게임으로 만난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후아유’ OST에는 잊혀진 가요 명곡을 찾아내 젊은 감각에 맞도록 재가공한 것이 특징이다. 더구나 거의 대부분이 원곡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새롭게 편곡하고 새로운 목소리로 담은 것이 신선함을 더한다. 소방차의 ‘사랑하고 싶어’, 나미의 ‘유혹하지 말아요’, 윤종신의 ‘환생’, 진주의 ‘난 괜찮아’ 등이 적절하게 사용됐다.

 ‘일단 뛰어’ OST는 그룹 퀸의 ‘Don`t stop me now’가 타이틀곡. SBS 파워FM ‘김형준의 팝스 1077’의 DJ인 김형준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올드팝을 선곡한 것이 돋보인다. 송승헌이 총을 수십발 맞는 회상신에서 더 포시즌의 ‘Sherry’가 흐르는 것을 시작으로, 스리 도그 나이트의 ‘The show must go on’, 쉬바리의 ‘Goodnight moon’, 더 헝거의 ‘Free’ 등이 빠르고 경쾌한 화면 속에 녹아 있다.

 곽경택 감독, 유오성 주연의 액션영화인 ‘챔피언’ OST에는 그룹 god가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god 멤버인 손호영과 대니, 김태우 각각이 작사, 작곡한 노래가 솔로로 불렸으며 타이틀곡 ‘간다’에는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이 녹음현장에서 코러스를 담당하기도 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