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의 숙적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간 감정싸움이 마침내 극한까지 치달았다.
AP·C넷 등 외신은 18일(이하 현지시각) MS가 오는 2004년부터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MS는 19일로 예정된 미국내 9개주와의 반독점 소송 결심공판을 앞두고 그동안 소송과정에서 자사를 겨냥, 공공연하게 적의를 드러낸 선에 대한 보복으로 2004년 이후 출시되는 윈도버전에서 자바지원 기능을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MS측은 “선이 자사 소송을 벌이고 있는 9개주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선은 주 당국에 대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MS관련 청문회에 적극적으로 나서 MS를 비난해왔다.
MS의 짐 컬리넌 대변인은 “우리가 자바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은 우리와 경쟁하는 데 있어 법을 이용하고 있는 선의 전략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이나 기술우위가 아닌 여론몰아가기식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으며 한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 IT업계 분위기는 MS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업계의 맏형답지 않은 처신이며 특히 독자 자바 버전을 내세워 선의 자바와 호환성을 갖지 않도록 한데 대해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MS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검찰총장 톰 그린은 “놀랐다. 또 다른 대MS 청문회가 열려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MS가 화낼 만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소송과정뿐 아니라 드러내놓고 선을 비난하지는 않는 빌 게이츠 회장과 달리 선의 스콧 맥닐리 최고경영자(CEO)는 공식석상에서조차 MS 비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MS의 자바지원 중단 결정이 2004년까지 미뤄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당초 MS는 연내 나오는 윈도XP에서 곧바로 자바지원 기능을 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의 반대와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04년으로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프로그래머들의 고민은 커져가고 있다. 그동안 MS와 선은 갈등이 증폭될 때마다 윈도의 자바지원 여부를 놓고 수차례 격돌해왔지만 이번처럼 확대된 적은 없는 데다 앞으로도 양측간 골이 결코 줄어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MS와 선 가운데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2004년보다 일찍 다가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