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의 한국인 최고경영자 맹활약

소니, 도시바, 후지쯔, 올림퍼스 등 세계적 일본 전자업체들의 한국법인장으로 영입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일본 본사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시장 환경을 고려한 한국식 경영기법 접목과 수익금의 국내 재투자, 역수출 추진 등 회사의 위상과 이미지를 일본계 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안경수 한국후지쯔(http://www.fujitsu.co.kr) 사장은 ‘1조 플랜’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토대로 96년 취임 후 5년만인 지난해 3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취임전 대비 4배 이상의 매출성장을 일궈냈다. 일본계기업 국내법인장 가운데 좌장격인 그는 책임 자율경영을 실시, 일본 본사와의 관계를 종전 통제관계에서 동반자적 파트너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안 사장은 이와 함께 기술력은 있으나 수출판로를 찾지 못하는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구매, 일본에 수출하고 있으며 98년 이후에는 일본측의 요청으로 우수한 기술자를 일본에 파견,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부문의 기술위상을 높이고 있다. 안 사장은 일본 본사의 상무이사이자 동아시아 영업본부장, 후지쯔타이완 회장이라는 직함까지 갖고 있어 글로벌기업 후지쯔내에서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지난해 11월 일본 소니의 현지법인인 소니코리아(http://www.sony.co.kr) 사장에 취임한 이명우 사장은 글로벌스탠더드 및 로컬리제이션 전략의 병행을 통해 소니코리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 사장은 그랜드 베가 TV와 플라즈마 베가 TV 등 소니 신제품을 한국시장과 일본시장에서 동시에 출시하는 이른바 ‘타임 투 코리언 마켓’ 전략을 실천하는 경영환경을 마련했다.

 또 현지화 작업의 일환으로 외국계 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온 AS를 강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마인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자사의 AS책임자를 본부장급에서 이사급으로 격상시켰다. 삼성 출신의 김군호 마케팅담당 이사를 영입하고 소니의 브랜드파워에 국내시장이 요구하는 공격적 가격정책을 가져가면서 소니코리아의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http://www.olympus.co.kr) 사장은 지난 2000년 법인 설립 당시 5%였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20%대로 끌어올리면서 일본 본사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방 사장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온오프라인 통합마케팅 및 철저한 ROI 위주의 마케팅을 통해 단기간내에 올림푸스를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선두위치로 끌어올렸다.

 또한 권장소비자가격제 도입과 도어 투 도어 서비스 도입 등 AS 강화를 기반으로 밀수품의 유통을 줄여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정품구매 확산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일본 본사는 이같은 방 사장의 공로를 인정, 지난 4월 일본 올림퍼스 본사 이사에 등재시켰다.

 안 사장, 이 사장, 방 사장은 모두 삼성 출신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지난 3월 동부금융센터 22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도시바코리아(http://www.toshiba-pc.co.kr) 차인덕 사장은 일단 도시바호의 순항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 사장은 한국법인 설립 이후 AV부문 사업강화의 일환으로 영업인력을 꾸준히 확충하고 이전 노트북에 머물렀던 도시바 제품군을 PDP TV, 프로젝션 TV 등 디지털 영상가전으로 확대하면서 초기 한국시장 진입을 무리없이 수행하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