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

 “각 보안분야 1위 업체들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합니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솔직히 공개하고 시장논리에 따라 협력의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석달여 휴식을 취했던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40)은 경영일선 복귀와 함께 국내 보안업체간 협력을 강조했다. 그동안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국내 보안업체를 ‘모래알’이라고 평가했던 입장에서 한 발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회사에 대해 ‘협력에 인색하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이미 수평적 네트워크라는 전략 아래 많은 보안업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협력을 맺어왔습니다.”

 사실 안 사장은 작년초 국내 주요 보안업체 대표들과 만나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업체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보안업계 전반에 걸쳐 ‘생존’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보안업체들의 기대심리가 너무 컸습니다. 이른바 거품이 심했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죠. 외국의 대형 보안업체가 들어오기 전에 생존을 위한 협력을 맺어야 합니다. 물론 ‘일단 모이고 보자’는 식으로는 안됩니다. 과거에는 홍보 논리에 의한 전략적 제휴가 유행했지만 앞으로는 철저한 시장논리에 따라 상호 이익을 줄 수 있는 협력을 모색해야 합니다.”

 안 사장은 협력의 구체적 내용으로 개발기술 공유와 공동 마케팅을 들었다. 각종 보안솔루션 가운데 통합이 가능한 제품의 기술을 공유해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확대를 위해 함께 마케팅 방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생색내기 성격의 일회성 협력이 아닌 제휴 이후 꾸준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안 사장의 생각이다.

 “다른 업체에 당장 제휴를 제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책임경영시스템 정착이나 해외시장 개척 등 당면한 내부 과제가 많습니다. 아직 두 가지 일을 함께 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반기 이후에 보안업체의 협력기구인 정보보호산업연합회를 중심으로 이같은 논의가 확산되리라 전망합니다. 그때 미약하나마 제가 일익을 담당하려고 합니다.”

 오는 2005년 세계 10대 보안업체를 향해 전진하는 안철수연구소가 국내 보안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보안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