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새 이사회 구성 속탄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임시주주총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이사회 구성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소집되는 임시주총 일자는 내달 24일.

 이번 임시주총의 핫이슈는 단연 이사회 개편이다. 이사회 재구성을 요구한 채권단은 주총이 열리기 3주일 전인 7월2일까지 새로운 이사회 명단을 확정하고 현 하이닉스 이사회로부터 안건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주중 대표이사 거취 여부를 포함한 신임이사 인선작업을 매듭지어야 하지만 채권단은 이사후보 추천과 관련해 그 폭과 수위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새 이사회는 이사 수를 기존 10명에서 7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축소하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 대부분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현 하이닉스의 경영진을 포함한 이사진을 대폭 물갈이해 채권회수를 위한 회사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적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안 자체가 불확실성이 큰 탓에 선뜻 이사로 나서려는 인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채권단의 고민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맺은 양해각서(MOU) 동의 안건을 채권단이 가결한 것과는 정반대로 10명의 이사진이 만장일치로 부결한 이후 하이닉스 이사회가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이에 부담을 느낀 인사들이 한결같이 이사직 제안을 사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 이사진의 대다수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은 이사회 개편 등을 목적으로 임시주총을 소집한 근본적인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채권단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최고경자를 바꿀까=이사진 구성도 문제지만 박종섭 전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이후 경영권을 넘겨받은 박상호 사장의 존속 여부도 문제다.

 물갈이 효과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대표이사 교체는 일차적으로 거론돼 왔지만 이 역시 인재 풀(pool)이 부족한 데다 갈수록 악화되는 하이닉스의 대내외적인 여건상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달 들어 채권단은 새 경영자를 물색하기 위해 금융전문가와 반도체전문가를 대상으로 물밑접촉을 벌여왔지만 물망에 올랐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채권단의 제안을 마다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최고경영자는 산업특성상 반도체사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 노조 등 회사 내부를 설득할 만한 리더십과 신망, 채권단의 특명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협상능력 등 삼박자를 두루 갖춰야 하지만 적임자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여기에 새로운 경영자는 채권단의 구미에 맞도록 회사정리를 추진해야 하지만 이 경우 채권단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이력에도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자원자를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채권단이 반도체업계의 대부격인 모 대학 교수나 주채권은행의 고위직 인사 등을 대상으로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들이 거부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 대표이사로 반도체 운용과 영업능력을 갖춘 박상호 사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유임은 채권단이 원하는 수준의 쇄신효과를 내기 어려운 데다 마이크론 매각에 반대표를 던진 전력을 지적하는 채권단 내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박 사장은 반도체 운영에만 전념하게 하고 나머지 회사 전반의 관리와 매각을 전담하는 대표를 별도로 두는 공동대표제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이사회 어떻게 구성될까=최고경영자 외에 나머지 이사 교체도 그리 만만치 않다. 사내이사는 박상호 사장과 사내임원 1명,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될 주채권은행 출신 간부 등 3명으로 구성될 것이 확실시되지만 문제는 사외이사 4명이다.

 기존 이사회를 채권단의 우군으로 재편성하려면 사외이사 선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지원자 기근 상황에서 제대로 된 우군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설령 적임자를 발굴하더라도 현 하이닉스 이사회 멤버 3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노조나 소액주주 모임의 반응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사외이사 4명 중 1∼2명은 기존 사외이사가 그대로 이사직을 이어받고 나머지는 채권단이 추천하는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채권단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사회 구성에 관한 입지가 그리 넓지 않고 앞으로 새 경영진을 앞세워 진행할 재매각 추진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매각추진 태도가 이전 같지 않을 전망이어서 채권단의 고민은 늘어만 갈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