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2005](7)IT외부조달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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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아웃소싱이 새로운 경영 핵심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기업 내부의 업무를 외부 전문집단에 맡겨 전문성을 강화하고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아웃소싱은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이뤄지면서 그 형태와 전략적 기여도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가트너 그룹은 ‘IT 10대 전망(2002)’이란 보고서를 통해 2004년까지 북미지역 중소기업의 30%와 글로벌기업 2000개 업체의 15%가 아웃소싱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주요 응용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상에서 빌려 쓰는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도 올해를 기점으로 유망 사업분야로 정착될 것이라며 그 원인을 미국 성인 중 인터넷에서 회계 프로그램을 빌려 사용하는 사람의 비중이 올해 20%에서 오는 2005년 45%까지 수직 상승할 것이라는 점에서 찾았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포천지 선정 1000대 기업 중 50%가량이 IT자산을 보유하기보다는 다양한 서비스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IT유틸리티 인프라를 공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내부에서 개발해 이용하는 것보다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업회계에서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단기에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더욱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했다.

 계열사간 IT서비스 시장을 제외한 국내 IT서비스 시장규모는 2조 20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되며 정부 및 교육기관 계약분을 제외하면 1조 5000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이용실적은 저조하다. 모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년 3분기 현재 국내 기업은 아웃소싱 활용은 물론 아웃소싱을 하는 경우도 미흡하다. 이런 상황은 아웃소싱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다.

 국내 기업들은 아웃소싱 업체의 전문성, 신기술 수용능력 등에 상당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아웃소싱 업체가 영세하다보니 전문성을 의심하고, 또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감을 맡기기 어려워 한다. 그 효과면에서도 부정적이다. 더욱이 정보노출에 대한 걱정도 갖고 있다.

 아웃소싱에 적극적인 대기업조차 자사 계열사에 일임한다. 자사 계열사를 이용할 경우 하드웨어 및 서비스 구매도 함께 이뤄진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 모두가 자사 계열의 아웃소싱 업체에 일임하다보니 업무 종류가 늘어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 경쟁상대가 없어 업무 효율성도 뒤처진다. 일부 CIO는 모그룹 자회사의 IT서비스 수준이 시장 내 경쟁사에 비해 낮다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한다.

 IT아웃소싱 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들의 IT아웃소싱 업체에 대한 불신감은 단순히 IT아웃소싱을 저가 수주의 단기적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용역수주’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장기적 역량 축적은 물론 기업의 생존기반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IT아웃소싱의 화두로 논의됐던 ASP서비스의 경우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ASP서비스는 네트워크에 기반해 ERP 등 기업의 기간시스템을 전문 서비스 업체를 통해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말한다. IT투자에 부담을 가져온 중소기업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50% 이상의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활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출시 2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ASP업체가 예상 밖으로 고전하고 있다.

 ERP ASP서비스 업체는 중소기업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ERP솔루션 특성상 고부가가치의 컨설팅 인력이 필수적인 데다가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제품으로 여러 사업체의 서비스를 통합하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지 못하면서 수수료를 통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300여개 ASP업체(사업부 단위 포함) 중 일부만이 올해 6월 흑자로 돌아선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적자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흑자 기업도 대기업에서 분사한 일부 업체들로 고객확대보다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냈을 뿐이다. 매출도 컨설팅, 솔루션 판매·구축 등이 포함돼 순수한 ASP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있다. 그룹웨어 ASP서비스 업체도 ERP에 비해 컨설팅이 필요없고 유지·관리를 위한 인건비도 적게 들지만 가격채산성이 낮아 초기 투자비도 뽑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애요인은 앞서 말한 ASP서비스의 보안성과 신뢰성에 대한 전통기업의 불안감이다. 이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IT아웃소싱 사업 활성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웃소싱은 고객기업과 제공업체의 협력체제가 절실하다. 단순한 판매업무가 아닌 지속적인 개선활동이 이뤄져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아웃소싱의 성공요인은 고객이 자기만의 독자적인 IT전략을 가지고 아웃소싱 업체와 사업목표, 위험·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최근 조인트벤처형 아웃소싱 모델이 등장했다. 서로의 노하우를 통합하고 위험과 성과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특화된 비즈니스 프로세스 지식과 아웃소싱 업체의 자원을 통합한다는 개념의 조인트벤처형 아웃소싱 모델은 이상적인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영 전화회사 텔스트라가 IBM과 합병해 네트워크 사업을 전개 중이다. 일본 다이와은행은 일본 IBM과 각각 65%, 35%로 공동출자해 자회사 ‘디 앤드 아이 정보시스템’을 설립했다. 다이와은행은 자사 업무뿐 아니라 장래 타행의 업무 위탁을 염두에 두고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한빛은행과 우리신용카드 등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부터 정보시스템 조직과 설비를 완전 인수해 금융 IT아웃소싱 업체로 진출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 역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시 그룹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은 특화업종에 대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지식과 IT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규모나 브랜드 지명도 면에서 대형 종합 SI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아직 고객으로부터 신뢰도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 분석에 따르면 2003년까지 조인트벤처형 아웃소싱의 90%가 명확한 사업계획을 입안할 수 없고, 충분한 재무적 뒷받침이 없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업계는 IT업종 아웃소싱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전문가가 지적하는 ASP·IT아웃소싱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웃소싱 전문업체와 전통기업간의 계약시 업무영역 설정을 명확히 하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지속적 품질유지가 필요한 IT아웃소싱 업무 특성상 계약과정에서 향후 장래 변동가능성을 정의해 명시할 것을 권한다. 장래의 변동요소에 대한 지속적인 재검토 여지를 남겨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서비스 범위와 내용 변경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기술 개발에 따른 융통성을 마련,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만 해당 기업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업종별로 특화된 IT아웃소싱 합작법인에 대한 지원방안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대형 SI업체 위주의 지원제도보다는 아직 시장장벽이 높고 시장인식이 미흡한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도 병행돼야 함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정보시스템 구축을 필요로 하는 전통기업에 업종별로 특화된 SI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셋째, 전문가들은 군소 ASP업체의 IT자원과 업종지식을 갖춘 전통기업의 SM(System Management) 조직을 통합, 업종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대표적 IT아웃소싱 브랜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같은 방안은 개별 ASP서비스 기업들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대규모의 구조조정 및 통합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통기업의 전문성 확보, IT기업의 기반자원 마련 등 이 두 가지 측면을 결합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방안은 아직 논의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중소 IT아웃소싱 업체들의 생존문제가 결부된 만큼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라도 이 문제는 검토돼야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아웃소싱 업무에 대한 명확한 처리절차 확립과 전문성을 갖추고, 외부적으로는 중소IT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군소 ASP업체들의 통합, 전통기업의 SM조직과 합작한 대형화, 종합화한 IT아웃소싱 브랜드의 탄생만이 양자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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