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비롯한 D램업계에 대한 반독점 제소와 계속되는 미 주요기업의 실적부진 전망 등 ‘미국발 악재’ 속에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추락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8강 진출이라는 기쁨은 주식시장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19일 거래소시장은 33.03포인트(4.08%) 하락한 776.37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시장은 3.92포인트(5.59%) 떨어진 66.26으로 마감됐다. 특히 이날 코스닥벤처지수는 7.96%나 급락했다.
주가 폭락으로 시장 주요 기록들도 쏟아졌다. 이날 거래소시장 하락종목수는 연중 최다인 759종목을 기록했고 일일 하락폭 및 하락률은 연중 두번째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월 28일 (739.66)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하락종목수는 738개(90.2%)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하한가 종목수 115개와 지수 일교차 6.26%도 모두 연중 최고치다.
장초반 소폭의 순매수를 유지하던 외국인들은 이날 양대시장에서 1467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이날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주도종목도 없이, 뚜렷한 투자주체도 없이 지루하게 횡보하던 국내 증시는 미국발 충격이 가해지자 힘없이 곤두박질치는 모습이었다.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가해진 미국 IT기업의 실적부진과 미 법무부의 D램업체에 대한 조사소식은 증시를 공황상태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이날 오전부터 미국 애플사와 AMD 등 IT기업들이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한 데 따른 영향으로 미국 나스닥 선물이 급락하며 국내 증시의 하락을 초래했고 D램 반독점 행위 등으로 마이크론이 제소당했다는 소식은 국내는 물론 대만 등 전세계 반도체주들에 직격탄이 됐다.
최근 외국인들의 꾸준한 매수세로 시장을 지탱하던 삼성전자는 3.99% 하락한 34만8500원으로 장을 마쳤고 하이닉스반도체는 13.43% 내린 290원으로 마감, 300원 밑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SK텔레콤·KTF 등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 IT종목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 법무부가 D램 업계의 반독점 행위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일제 조사에 착수했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마이크론도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업계에 대한 미 법무부의 전면 조사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업체들이 포함됐는지의 여부와 이에 따른 파장이 향후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후식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업계의 반독점 행위 등에 대한 조사는 하루 정도는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예상되며 그 파장과 진행과정은 좀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조사들은 PC업체들이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신호라는 점에서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D램업계에 대한 조사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더라고 향후 주식시장의 흐름을 낙관하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 추정 발표되는 미국 주요기업의 실적부진은 외국인들의 매도 욕구를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경기 회복의 지연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왔던 국내기업들의 수익성과 주가에 모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