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오른쪽)과 제이퓨 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부사장이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빌 게이츠(MS)와 스콧 맥닐리(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두뇌싸움이 한국에서 본격화됐다!”
“e비즈니스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놓고 KT·SK텔레콤간 본격적인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이번 SK텔레콤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협력관계 체결은 한마디로 전세계 정보기술(IT)을 대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두 거대기업이 우리나라의 1, 2위 통신그룹인 KT와 SK텔레콤을 앞세워 ‘제2의 인터넷혁명’으로 불리는 웹서비스 시장의 패권을 놓고 대리전 성격의 일전을 치른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세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비록 이번 협력이 선원(SunONE) 구현의 테스트베드 성격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KT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해온 닷넷과의 주도권 쟁탈을 놓고 추진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1, 2위 통신그룹인 KT와 SK텔레콤은 각각 MS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의 협력을 통해 자사의 통신 네트워크와 가입자를 앞세워 모든 비즈니스의 ‘게이트웨이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어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성과 여부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내용은 뭔가=SK텔레콤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일단 연내 선원 기반의 테스트인프라를 구축, 국내외 업체들이 자바 관련 기술 및 선원 관련 제품에 대한 테스트와 무선인터넷 솔루션 개발을 위한 공동 파일럿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분야로는 선과 제휴한 유무선플랫폼 분야, 유무선인터넷 솔루션 및 콘텐츠 분야, 네트워크 분야, 단말기 분야 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특히 자사가 보유한 첨단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한 유망기술을 정보통신 분야의 선도기술로 육성, 지원할 예정이다. 물론 선과 통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모델 공유와 연구개발(R&D)을 통해 새로운 사업개발과 상용화에 나선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또 선이 주도하는 ‘자유연합(리버티 얼라이언스)’에 가입, 관련기술의 표준화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배경·의미=SK텔레콤은 궁극적으로 종합비즈니스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개념을 뛰어넘어 무선통신인프라와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종합비즈니스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한 기본 플랫폼으로 폐쇄형인 닷넷(MS)이 아닌 개방형 플랫폼인 선원을 채택, KT와의 양자 대결구도에 대비하고 있다. 즉 무선기반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1600만 가량의 가입자를 앞세워 KT에 앞서 이용자의 길목을 선점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네이트·TTL·011 e스테이션 등 20여개 사이트에서 하나의 ID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는 네이트 PDA, 네이트 VMP사업과 네이트닷컴의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보다 차원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전자화폐, 모바일쿠폰 등의 m커머스 부문을 개척, KT보다 먼저 e비즈니스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는 SK그룹내 유통부문과 금융부문의 협력을 통해 ‘게이트웨이’화를 추진하고 더 나아가 모든 기업, 모든 비즈니스의 ‘원(ONE) 게이트웨이화’를 구현하겠다는 보다 큰 야망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무선분야에서 자사의 네이트 플랫폼이 선의 전세계 유통망을 타게 되면 선원진영(리버티 얼라리언스그룹)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감도 갖고 있다.
◇전망=일단 대내적으로는 KT와 SK텔레콤이 통신사업자로서의 영역을 뛰어넘어 e비즈니스 영역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는 닷넷을 통해 이를 구현하려 하고 SK텔레콤은 선원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것만이 다르다. 이미 KT와 SK텔레콤은 PC·PDA·이동전화 등을 이용해 모든 유무선 콘텐츠서비스를 하나의 ID, 하나의 비밀번호로 구현하는 서비스 게이트웨이 사업을 준비해왔다. 단지 SK텔레콤이 무선기반의 가입자를 앞세우고 있다면 KT는 유선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물론 KT의 경우는 KTF의 무선가입자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축으로 하는 닷넷진영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앞세운 선원진영의 힘겨루기가 KT와 SK텔레콤을 통해 국내에서 먼저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진영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후원그룹을 거느리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목표로 하는 e비즈니스시대의 주도권을 쥐락펴락할 플랫폼 구현을 위한 시험장으로는 한국만한 환경이 갖춰져 있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들 양 진영의 다툼과 성패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