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유통법인 설립은 대외적으로는 상가내 상인을 중심으로 단일 유통회사를 설립, 거대 유통업체와 같은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하고 대내적으로는 조합 및 상우회와는 별도로 실질적인 상가활성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신유통채널 등장으로 입지가 불안해지고 있는 전통 집단상가의 경쟁력 회복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배경-이제는 변해야 산다=지난 98년 IMF한파 이후 용산전자상가로 대표되는 집단전자상가의 경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60∼70년대를 풍미한 세운상가에 이어 70∼80년대 전자유통의 메카로 부상한 용산전자상가는 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신유통이라 불리는 할인·양판점이 전자유통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고 최근 몇년새 급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 등은 전자상가가 가진 가격경쟁력을 급속히 파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상가 상인들은 가격비교사이트 등 인터넷을 통해 전반적인 가격동향을 파악하고 상가를 방문하는 소비자를 상대로 더이상 수익을 챙기기 어렵다고 토로하며 전자유통시장에서 전자상가 시대는 끝났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특히 그동안 조합을 중심으로 상가 상우회별로 진행해 온 상가 활성화 노력에 한계를 느끼며 기존 사업 내용은 물론 지금까지의 조직 및 체제를 벗어난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조합이 상가 전체를 위한 사업 및 활성화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으나 조합의 주축인 PC상가들의 경기가 가전상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극심하게 위축되면서 가전 중심의 새로운 조직 필요성도 대두돼 왔다.
◇과정-생존을 위한 노력=단일 유통법인 설립은 이미 몇년전부터 예견돼 왔다. 용산전자상가는 상우회별로 대소비자 경쟁력을 회복하고 상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역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는 용산상가발전위원회 추진, 도소매 협의회 결성, 전시장, 영화관 개설을 통한 상가의 엔터테인먼트화 등 상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노력은 물론 인터넷쇼핑몰 개설, 온오프라인 매장 병행 등 개별 상인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은 신유통의 대세에 눌려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용산 상인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어려웠으며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참여상인 대다수의 동의와 참여의욕을 높이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상인들이 직접 투자함으로써 결속력을 확보하고 단일회사로서 조직과 운영을 빠르고 정확하게 시행해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 상인의 참여의욕을 극대화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이것이 용산유통법인 설립 추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망-용산 재건을 위한 실험=용산유통법인은 설립 자체만으로 논란을 일으킬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
용산상인 모두가 투자자 및 주주로 참여하는 회사가 아닌 다음에야 상품 구입루트와 판매에서 개별 상인과 중복되거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산법인 설립추진 관계자는 벤처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을 중심으로 상품 소싱에 나서고 현재 상인이 취급하는 상품과는 다른 상품을 유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통법인의 사업 성공여부를 떠나 용산전자상가 전체의 생존을 위한 뜻있는 상인들의 희생과 모험의 산물로 해석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품발굴과 실제 유통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많은 난제가 있으며 이에 따라 조합을 중심으로 개별 상우회가 단합해 상가활성화를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상가 내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용산유통법인의 설립과 사업에 용산 상인들이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거는 이유는 아직까지 상가를 재건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어떤 뚜렷한 대안이나 구심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